리크루트 스캔들 회오리|일정국 "폭풍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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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다케시타」(죽하등) 일본 수상이 리크루트 사건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퇴진이냐, 아니면 국회를 해산시킬 것이냐 하는 기로에 서있다. 그는 13년전 「다나카」(전중각영) 전 수상이 록히드 사건에 연루되어 일본의 정치 윤리 문제가 심판을 받았으며 그 사건의 망령때문에 집권 자민당이 총선거에서 대패하고 부정 척결을 다짐했던「미키」(삼목무부) 내각마저 퇴진했던 불운을 현장에서 경험했던 인물이다.
리크루트 사건이 터진지 8개월 만인 13일 동경 지방검찰은 국회의원 및 재계 중진들에게 주식을 뿌렸던 리크루트사 전 회장「에조에」(강부호정·52)등 4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함으로써 이 사건이 록히드 사건과 같은 형태로 현 집권층의 정치적 운명을 죄어오고 있다.
검찰 당국은 리크루트사로부터 뇌물성 주식을 공여받은 NTT (일본전신전화주식회사) 간부들을 체포한데 이어 노동성 및 문부성 관계자들이 관련된 부정 루트에 대한 수사도 개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사가 본격화 될수록 이 사건에 연루되어 이미 실각한 「미야자와」(궁택희일) 전 부수상 등 3명의 각료에 이어 14명의 다른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활동은 크게 제한 받거나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역시 이 사건에 관련된 「다케시타」수상 자신은 예상보다 신속한 검찰권의 발동으로 정치정화의 의지를 내보이고 빠른 시기에 문제의 확산을 방지하겠다는 속셈을 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자민당이 지난주 후쿠오카(복강) 의 참의원 의원 보궐선거에서 참패를 당한데 충격을 받았음을 말해준다.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야당의 집요한 정치 공세 속에서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사실상 그의 정치생활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검찰의 강제수사 개시로 정치불신 회복을 시도하지 않을 수 없다.
자민당과 오월동주의 세월을 보냈던 민사당의 「쓰카모토」 위원장마저 리크루트 사건에 몰려 자리를 물러났으며 공명당도 이제 여당의 국회운영에 힘이 되기는 커녕 사회당의 대여 공세에 가세할지도 모를 판국이 되었다.
주식범죄에 깊이 말려든 자민당의 정권 말기적 현상을 정치 공세로 역이용하고 있는 사회당은 국회에서 금년도 예산심의를 지연시키고 오는 4월부터 실시되는 소비세 제도를 다시 비판함으로써 자민당을 더욱 궁지에 빠뜨려 그들이 예상하는 국회해산 및 총선거에서 괄목할 만한 정치적 진출을 노리고 있다. 「다케시타」 수상은 야당의 그 같은 공세를 정치개혁의 구체적 실현으로 대응하며 내각 총사퇴나 중 의원 해산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그러나 오는 24일「히로히토」전 일왕의 장례식이 끝난 뒤의 정국 움직임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폭풍전야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자민당 내에서「다케시타」수상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던「아베」(안배) 간사장도 리크루트 의혹사건에 말렸으며 또 한사람 「미야자와」 전부수상도 이제 수상으로 입후보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정치개혁 의지가 강하고 부정 의혹에 연루되지 않은「이토」(이동정의 74·전외상·8선) 총무 회장의 등장을 기대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리크루트 사건에 대한 자민당의 부정척결 의지가 강하지 못하다면 국회해산이나 내각 총사퇴 압력을 더 이상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제1야당인 사회당이 집권할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고 들어가듯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동경=방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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