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이집트 샴 엘 셰이크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회의에 참석한 라니아 왕비. [샴 엘 셰이크 AP=연합뉴스]
실제로 라니아 왕비는 안 가는 곳이 없다. 올해 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에이즈 전문병원을 방문해 환자들과 대화했다. 5월에만 미국을 두 차례나 방문했다. 20일에는 다시 이집트 시나이반도 휴양지로 날아갔다.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요르단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연일 고아 및 아동복지, 여성인권, 종교 간 화합, 환경문제 등과 관련한 모임과 행사에 참석한다.
이 때문에 '남편인 압둘라 국왕보다 더 바쁜 왕비'라는 별명이 붙여졌을 정도다. 국정에 바쁜 국왕을 보필하는 외교무대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17일 오프라 윈프리쇼에 출연해서는 "4명의 자식과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아 항상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슬람의 전통적인 여성상과는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과격이슬람단체들조차 단 한 번도 라니아 왕비에 대한 비난이나 암살 위협을 보낸 적이 없다. 이슬람 복장은 아니지만 단정한 모습으로 서구와의 갈등 해소에 나서는 그에게 아랍권은 박수를 보낸다. 이 때문에 그는 아랍권과 서구 양쪽에서 모두 추앙받는 '신 아랍 여성'으로 간주된다.
라니아 왕비의 아버지는 팔레스타인 의사로 쿠웨이트에서 그를 낳았다. 쿠웨이트 국제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카이로 아메리칸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미국계 시티뱅크에서 투자담당으로, 이후 애플 컴퓨터의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기도 했다. 압둘라 국왕과의 만남도 정략적이지 않았다. 압둘라 국왕은 1993년 4월 한 파티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그의 외적.내적인 아름다움에 반한 압둘라 국왕은 두 달 만에 라니아를 왕비로 맞이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