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아드보號 '승리의 찬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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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경기 시작하자마자 오른쪽을 뚫어 헤딩슛을 날렸지만 큰 위력은 없었다. 한국은 곧 이어 아크 정면에서 프리킥을 얻어내 이천수가 골키퍼 가슴에 안기는 슛으로 일단 응수를 했다. 6만여 팬들의 불타는 응원속에서 한국은 양쪽 윙백을 서서히 전진시키며 공세로 돌아섰다.

특히 오른쪽 윙포워드인 이천수가 공수에서 활발히 움직이며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짝을 맞춘 이을룡과 김남일도 아드보카트의 기대대로 상대 공격을 적절히 차단했다. 세네갈전에 나왔던 이호·백지훈에 비해 믿음직스러웠다. 거친 수비와 창의적인 패스로 공격과 수비에서 윤활유를 쳤다. 미드필드와 우측 전선의 우세를 발판으로 한국은 9분 박지성이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프리킥을 얻어내는 등 일방적인 경기로 돌아섰다.

26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한국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축구평가전에서 후반 설기현이 헤딩으로 골을 넣고 있다.[연합]

6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한국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평가전에서 두번째 골을 넣은 조재진이 환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26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한국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평가전에서 이천수의 드리볼 뒤로 박지성이 대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그러자 보스니아는 전원 수비로 나서서 성문을 잠갔다. 한국은 14분 문전 혼전 중 이천수의 위력적인 왼발 터닝슛을 포함 수차례 상대 문전을 두드렸지만 효과는 없었다. 일방적인 경기 속에서도 한국은 득점 없이 전반을 득점없이 끝냈다.

한국은 후반 5분 드디어 첫골을 얻었다.이천수의 완벽한 크로스를 받은 안정환이 골키퍼와 1대1찬스에서 슛을 쐈지만 빗맞았다. 골키퍼를 맞고 튀어 나온 이 공을 따라 들어오던 설기현이 헤딩슛으로 네트를 갈랐다.

한국은 후반 중반 이후 이천수를 빼고 박주영을, 안정환을 빼고 조재진을, 설기현을 김두현을 기용하면서 공격의 활력을 이어갔다. 후반 45분 추가골이 터졌다.박지성이 하프라인을 넘어 상대 아크부근에 있던 박주영에게 깊숙히 전진 패스를 했고, 박주영은 돌아서면서 오른 쪽에 있던 조재진에게 연결했다. 패스를 받은 조재진이 통렬한 오른발 슛으로 상대 골 네트를 갈랐다. 한국의 2-0승.

그러나 한국이 승리했다고 자만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보스니아는 우리의 본선 상대인 스위스 보다는 약체라는 평가다. 보스니아는 독일 월드컵 7조 예선에서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스페인에 밀려 3위를 했던 팀.그럼에도 즐라탄 무슬리모비치(FC메시나)와 미르사드 베슬리야(FC하츠) 등 핵심 선수 5명이 이번에 오지 않았다. 보스니아 선수 중 스위스 선수들에 비견되는 능력을 가진 선수는 팀의 플레이메이커 세르게이 바르바레즈(함부르크) 정도였다.

한국은 공격진의 골 결정력이 아직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던 설기현과 안정환은 경기감각이 아직 살아나지 못한 인상이다. 안정환은 후반 3분 골키퍼와 1대1찬스에서 기회를 무산시키는 등 여러차례 찬스를 날렸고 상대 오프사이드 함정에 걸리면서 불안한 모습이었다. 설기현은 득점을 했지만 날카로움은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 관전평]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을 본 축구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국내 마지막 평가전을 이겨 사기가 올라 다행이지만 이 정도로 만족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 신문선 SBS 해설위원

이기기는 했지만 만족할만한 경기는 아니었다. 오늘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박지성 이영표 이을용 등 유럽파의 컨디션 점검과 세네갈전과는 다른 선수들을 투입한 수비진의 가동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스리톱을 세우는 한국은 전반 이천수 설기현 등의 측면 공격이 살아나지 않다 보니 안정환 박지성 이을용까지 그런 영향이 미쳐서 공격이 날카롭지 못했다. 후반 이후 상대편의 체력이 떨어져 경기를 주도했다고 해서 이번 경기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전체적으로 날카로움이나 세밀함이 보이지 않아 소득이 커 보이지 않는 경기였다.

▶조광래 전 FC 서울 감독

한국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2-0으로 이겨서 대표팀의 사기가 크게 올라 다행이다. 큰 힘을 얻었다. 하지만 스위스 토고 등 월드컵에서 만난 팀들이 이 정도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월드컵 상대팀의 70% 전력 밖에는 안되보인다. 측면 공격수들이 좌우로 이동하면서 상대 수비진을 흔들려는 노력을 했는데 좋은 찬스를 많이 만들어내지 못했다. 위력적인 공격수가 있을 때 스리톱을 세우는 것이다. 상대에 따라 공격 포메이션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지 않나 한다. 수비라인의 포백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 보였다.

성호준·강인식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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