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영웅 김일, 정말 박치기 싫어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0~70년대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이며 궁핍하고 어려운 시절 꿈과 희망을 주었던 김일이 사실은 그의 전매특허인 박치기에 대해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22일 방영된 KBS '오래된 TV'에서 조명한 박치기왕 김일 특집편에서는 김일의 과거와 현재를 밀착 조명했다. 제자인 이왕표 선수는 김일 박치기를 할 때 몹시 고통이 따랐기 때문에 정말 싫어했다는 것을 전했다.

이왕표 선수의 증언이 가미된 이 프로그램에서 김일 선수에 대한 잘 알려지지 않은 비화도 공개됐다. “김일 선생님이 현역시절 화가 나면 박치기를 사용했다”며 “그때는 제자들이 무조건 도망을 가서 아침에 나타났다”고 회고했다.

이 선수에 따르면 김일은 엄하면서도 자애로운 스승이었다는 것.

이날 프로그램에서는 60년대 국민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레슬링 명장면이 소개됐다. 마을에 한대 밖에 없는 TV에서 남녀노소가 숨죽이며 보던 그 스릴 넘치는 모습들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었다.

안토니오 이노키와 사각의 링에서의 혈전과 당시 원자폭탄에 비유되던 박치기를 터뜨리는 모습은 지금 봐도 통쾌하다.

서양의 덩치 큰 장사들이 김일의 코브라 트위스트나 당수촙에 나가 떨어질 때 장충체육관에서 제주도까지 온 국민들은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고 ‘정의의 승리’라고 뛸 듯이 좋아했다. 김일의 승리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승리였다.

김일은 반칙을 모르는 선수였던 반면, 김일의 상대들은 하나같이 모두 반칙의 제왕들이었다. 60~70년대 레슬링이 인기를 얻은 것은 피투성이가 되어도 결코 반칙하지 않는 정정당당함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고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