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호소···"세계 산업서 美 높은 곳 우리는 밑부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푸쯔잉(傅自應) 상무부 국제무역협상대표 겸 부부장은 중국이 아직 미국에 정면으로 맞설 수준에 닿지 못한 ‘가난한 국가’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하고, 부유한 사람은 계속 부유하란 말이냐“며 ’중국을 억제한다거나 소위 말하는 무역전쟁을 벌이는 것은 인류 평화적인 발전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푸쯔잉(傅自應) 상무부 국제무역협상대표 겸 부부장은 중국이 아직 미국에 정면으로 맞설 수준에 닿지 못한 ‘가난한 국가’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하고, 부유한 사람은 계속 부유하란 말이냐“며 ’중국을 억제한다거나 소위 말하는 무역전쟁을 벌이는 것은 인류 평화적인 발전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전면적으로 확대된 가운데 중국 정부가 25일 양국의 협상 재개 여부에 대해 “언제 중미 고위급 무역협상이 재개될지는 완전히 미국 측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이날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해 중국 베이징에 있는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열린 정부 부처 합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 중국은 ‘미중 경제무역 마찰의 사실과 중국 입장’이란 제목으로 백서를 냈고 이날 이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백서는 중국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아랍어, 일본어 등 8개 언어로 출판됐으며, 최근 중국을 향한 미국의 무역제재 압박에 대한 반박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이날 왕 부부장은 “중국은 협상과 담판으로 무역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지만 담판과 협상에 효과가 있으려면 반드시 상대방을 평등하게 대하고 존중해야 한다”며 “지금 미국이 이렇게 큰 규모의 무역 제한 조처를 한 것은 칼을 들고 다른 이의 목에 댄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담판이 진행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중국 왕서우원(王受文·왼쪽 사진) 중국 상무부 부부장과 푸쯔잉(傅自應) 상무부 국제무역협상대표 겸 부부장. [AP=연합뉴스]

중국 왕서우원(王受文·왼쪽 사진) 중국 상무부 부부장과 푸쯔잉(傅自應) 상무부 국제무역협상대표 겸 부부장. [AP=연합뉴스]

앞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오는 27∼28일 워싱턴DC에서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정부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일정이 취소됐다. 이에 대해 왕 부부장은 “4차례의 미중 고위급 협상을 통해 적지 않은 공감대가 있었고, 공동 성명도 발표됐지만 미국이 이를 뒤집었다”며 “성의가 있고 평등하게 협상을 진행하면서 출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발표자로 나선 푸쯔잉(傅自應) 상무부 국제무역협상대표 겸 부부장은 “경제 글로벌화 추세에는 변함이 있을 수 없고, 미중 경제무역 협력 추세는 불가역적인 것”이라며 “쌍방 간 무역이 평등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미국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푸 부부장은 “세계 산업 사슬에서 미국은 높은 곳에, 중국은 중간이나 밑 부분에 자리 잡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은 가공 등 부가가치가 낮은 일을 더 많이 하고 미국 기업들은 설계, 부품 공급, 판매 등을 통해 거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중국에 대한 많은 오해가 있다”며 여전히 빈곤인구가 많고 경제와 무역규모 모두 1인당 평균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푸 부부장은 중국이 아직 미국에 정면으로 맞설 수준에 닿지 못한 ‘가난한 국가’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푸 부부장은 중국에 아직 수천만 명의 빈곤 인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최근 광시좡족자치구 산골에 있는 한 노병의 집을 찾아갔다가 온 식구가 흙바닥 집에서 옥수수죽으로 연명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수중에 있던 몇백위안(수만원)을 건넨 일화까지도 소개했다. 푸 부부장은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하고, 부유한 사람은 계속 부유하란 말이냐”며 “중국을 억제한다거나 소위 말하는 무역전쟁을 벌이는 것은 인류 평화적인 발전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