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공무원 없어"… 행안부, 갑질논란 조사관 수사 의뢰

중앙일보

입력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갑질 논란’을 일으킨 행정안전부 조사관이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행안부는 이날 자치단체 공무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갑질 논란이 불거진 조사관을 대기발령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연합뉴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행안부는 이날 자치단체 공무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갑질 논란이 불거진 조사관을 대기발령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는 6일 고양시청 공무원을 조사하면서 감사 태도와 언행·감사방식에서 문제를 일으킨 A조사관을 대기 발령하고 경기북부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갑질 논란은 고양시청 공무원 B씨(7급)가 지난 3일 내부 게시판에 ‘행정안전부 조사담당관을 고발합니다’라는 글을 실명으로 올리면서 불거졌다.
B씨는 글을 통해 “지난달 30일 주차장 공터로 나올 것을 요구하는 행안부 직원의 전화를 받고 사무실을 나간 뒤 감사관 2명이 탄 개인차량에서 1시간30분 동안 일방적이고 굴욕적인 취조를 받고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A조사관이 차 안에서 이미 확보한 자료만으로도 (당신을)끝내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며 “부당하게 집행한 일을 하나도 빼놓지 말고 20분 동안 다 적으라는 강요도 받았다”고 했다.

행안부 조사관이 고양시청 공무원을 조사는 과정에서 갑질 논란이 불거져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중앙포토]

행안부 조사관이 고양시청 공무원을 조사는 과정에서 갑질 논란이 불거져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중앙포토]

B씨는“(내가)부당하게 집행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는 ‘나를 만나서 살아남은 공무원이 없다’며 호통을 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조사관은 B씨를 조사하면서 “공무원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느냐, 집은 뭐냐, 애들은 없느냐, 아직 신혼이냐” 등 조사와 무관한 질문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고양시청 내부게시판에는 “지금이 군사정권도 아니고 그야말로 적폐다” “영화 1987이 떠오른다” 등 행안부를 비난하는 글이 수백건 올라왔다.
행안부 등에 따르면 당시 A조사관은 익명의 비리 제보방을 통해 B씨 등 고양시 공무원의 사무관리비 편취 의혹을 조사하던 중이었다.
행안부는 B씨의 신고를 접한 직후 A조사관을 업무에서 배제한 뒤 사실관계 등을 확인했다.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이 지난 4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8년 행정안전부 직원 대상 정부혁신 교육'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이 지난 4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8년 행정안전부 직원 대상 정부혁신 교육'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양시 공무원노조는 이날 행안부를 항의 방문, “조사관의 인권유린적 감사로 B주무관이 억울함과 공포로 심적 공황상태에 빠졌다”며 “행안부 장관은 피해 공무원에게 공식으로 사과하고 문제 직원을 파면해 달라”고 요구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신고 내용과 A조사관의 진술이 서로 달라 진실을 확인하고 조사결과에 공정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수사를 의뢰했다”며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사업무 혁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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