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사태 ″줄다리기″ 끝 안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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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KBS 소유주식 70%의 반환시한이 연말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신임사장 퇴진 요구로 인한 MBC파문이 17일째 계속되고 있다.
적법한 절차에 의해 선임된 사장을 사원들이 어용으로 규정해 취임을 거부한 사건은 한국방송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사원들은 MBC가 방송민주화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시점에서 유정회국회의원을 지낸 김영수씨를 사장으로 선임한 것은 정부의 언론통제구상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언론통제와 맞물린 문제의 본질이 간과된 채 일시적인 미봉책으로 수습된다면 언젠가는 더 큰 홍역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노조측의 「11·2 주총 무효화서명」에는 전체 대상인원 1천7백77명중국장급 간부까지를 포함한 1천4백8명이 참여, 서명자 숫자가 조합원숫자(1천72명)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지난 8월 파업투쟁 당시에는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던 행정인협회·프러듀서협회·아나운서협회 등 사내 각협회도 연대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부장단 85명도 김사장에게 자진 사퇴를 권유한데 이어 성명을 통해 주총인사를 백지화하고 새 경영진을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이처런 MBC 파문이 확대일로로 치닫자 정부측도 이번 인사와 관련, 다각적으로 여론을 수렴해 왔으나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어서 크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현MBC사태와 관련해 전면 무효화조치와 공권력 투입이라는 두가지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이 한때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합법성을 가진 주총결과를 전면 무효화할 경우 정부의 위신이 실추되는 최악의 선례를 남기게 되므로 실행에 옮기기에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황선필전사장의 퇴진에 이은 김사장의 퇴진은 정부측의 완전 항복으로 비쳐질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또 공권력투입은 5공비리·광주항쟁·문공위 청문회 등으로 여권이 수세에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실현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계자들은 김사장 등 당사자들이 스스로 사죄하는 것이 사태 해결의 지름길이며 정부의 명분도 살려줄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
어쨌든 정부로서도 연말까지는 MBC의 소유형태와 위상을 새롭게 정립해야할 입장이기 때문에 무작정 시간을 끌 수만도 없는 형평이다. <이하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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