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재씨 "검찰이 날 희생양 삼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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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 나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김학재 전 대검 차장)

"돈을 받기는 했지만 전별금으로 받은 것이어서 대가성이 없다."(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

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검찰과 경찰의 '2인자'였던 두 사람이 잇따라 나와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는 사건 수임을 알선해 준 대가로 윤상림씨에게 1억3500만원을 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최씨는 인사 청탁 등의 명목으로 윤씨와 부하직원 등으로부터 45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로 각각 불구속 기소됐다.

법무부 차관.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지낸 김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했었다. 최씨도 1월 말 기자회견을 자청해 "경찰의 명예를 실추시킨 (검찰의) 행위에 대해 모든 법적 대응을 다할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했었다.

이날 먼저 피고인석에 선 최씨는 전남경찰청장 재직 시 인사 청탁과 수사 편의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당사자들과 오랫동안 가까이 지낸 사이여서 받은 돈이지 직무와 관련된 돈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씨는 그러나 "공직자로서 떳떳한 행동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뉘우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씨는 '윤상림씨로부터 사건을 소개받고 대가를 지급한 혐의'라는 검찰의 기소요지 설명에 "소개비와 같은 부정한 돈이라면 어떻게 실명 계좌를 통해 건네줬겠는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이 사건은 검찰이 증거 없이, 무리하게, 명분 없이 기소한 것이 실체"라며 "수사 과정에서 자청해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겠다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지금이라도 잘못을 느낀다면 정의를 바로세운다는 생각으로 시정조치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법조인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생활한다. 어떻게 검찰 최고위 간부 출신이 한 사람에게 1억원이 넘는 돈을 줄 수 있나. 상식적으로 판단해 달라"고 주장했다. 최씨와 김씨의 다음 재판은 각각 18, 23일 열린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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