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제발 살아서 돌아와 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8일 오후 경기 화성시 화성소방서를 방문해 폭염 속 근무 환경을 체험하기 위해 화재 진압복을 입으며 화재 진압을 담당하고 있는 김가영 소방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8일 오후 경기 화성시 화성소방서를 방문해 폭염 속 근무 환경을 체험하기 위해 화재 진압복을 입으며 화재 진압을 담당하고 있는 김가영 소방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경기도 화성시 화성소방서를 찾은 김정숙 여사를 향해 8일 소방공무원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화성소방서는 올해 7월 화재 출동 건수 전국 1위를 기록하는 등 사건사고비율이 가장 높은 격무부서로 꼽힌다. 김 여사는 “여러분과 동질감을 느끼기 위해 시도는 해봤는데 부족함이 많다”며 폭염에 고생하는 소방공무원들을 격려했다.

소방관의 설명을 들으며 특수 방화복을 착용하는 등 소방서 이곳저곳을 둘러본 김 여사는 “가장 가슴 아프게 들었던 이야기”라며 “화재를 진압하면서 서로에게 ‘제발 살아서 돌아와 달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픈데 아마 우리 국민 다 마음 아프게 생각할 것”이라며 “철없을 때 소방관들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많은 어려움과 애환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후 소방관들이 직접 겪은 어려움에 관한 발언이 이어졌다.

자신을 두 딸을 둔 엄마라고 소개한 박혜진 소방장은 “남편은 진압대원이고, 저는 구급대원이다 보니 교대근무에 야간과 휴일에도 근무해야 한다”며 “아이들이 아직 어려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데 소방에 있는 보육 서비스는 나이 제한에 걸려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소방장은 “국가직으로 전환돼 시간 연장형 어린이집이 보급되어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현실화된다면 저는 셋째도 도전해 보겠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20년 7개월 경력의 베테랑 구조대원 공인규 소방위는 ‘길 터주기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 소방위는 “얼마 전 현장에 출동했는데 도로가 협소한 데다 그날따라 정체가 심했다”며 “신호봉을 흔들고 사이렌을 울리면서 출동했는데도 길이 많이 막혔다”고 회상했다. 그는 “도착이 늦다는 시민들의 원성이 들렸다. 저희는 일찍 온다고 왔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안타까웠다”며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의 국민 홍보가 잘 안 된다. 관심을 많이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

류명수 소방교는 “심정지 현장을 가면 보호자나 주변인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지 심폐소생술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일이 많다”며 “현장에서 먼저 목격한 분들이 적극적으로 심폐소생술을 해야 환자가 평상시 생활했던 모습 그대로 퇴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적으로 일반인들도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게 해 달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8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화성소방서를 방문, 소방관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8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화성소방서를 방문, 소방관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이를 모두 들은 김 여사는 “계속 애써 주세요. 고맙습니다”라고 말한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