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워싱턴=전육 특파원】<백악관 정상회담>
노태우 대통령은 20일 오전(미국시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캐비닛룸 앞에서 「레이건」대통령을 만나 반갑게 악수.
「레이건」대통령과 노대통령은 이어 함께 남측 문을 통해 뒷마당인 로즈가든으로 나와 기자들에게 『오랜 우방인 한국의 노대통령』이라고 소개.
두 정상이 로즈가든 계단에서 사진기자들에게 자세를 취하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1백여명의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질문 공세를 펴기 시작.
「레이건」대통령이 약 6분간 진행된 질문에 답하는 동안 노대통령은 통역을 통해 질문내용을 전해들으면서 미소 뛴 모습으로 경청.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이날 두 정상들의 회담내용과 관련, 주한미군 철수문제,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문제, 한반도의 긴장완화 문제 등을 질문.
노대통령과 「레이건」대통령은 백악관 출입기자들로부터 『오늘 두 정상이 무슨 얘기부터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레이건」대통령은 『오랜 동맹관계에 있는 한국과 여러 문제에 걸쳐 협의할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과의 관계개선문제도 포함된다』고 답변.
「레이건」대통령이 첫 질문에 대한 답변을 끝내자 여러 명의 기자들이 질문공세를 펴기 시작했는데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시점을 묻는 질문에 「레이건」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문제는 가능성이 있으나 철수하는 것이 단순한 철수를 위한 철수가 아니라 주한미군 철수사유가 발생할 때 철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개진.
기자들이 또 남북한간의 화해를 위해 미국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라고 묻자 「레이건」대통령은 『우리는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도울 것』이라며 맹방임을 과시.
「레이건」대통령은 이어 『미국이 대북한 관계개선에서 망설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미국의 대북한 입장 등 그러한 문제들을 지금 다루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뒤 『지금 미리 얘기할 수 없다』고 답변을 끊고 노대통령을 바라보면서 웃는 모습으로 백악관으로 안내.
이에 앞서 노대통령은 오전 11시5분쯤 백악관 건너편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 「슐츠」미 국무장관과 승용차 편으로 도착, 잠시 사진기자들과 포즈를 취한 뒤 「슐츠」장관과 환담.
노대통령이 승용차에서 내려 미국 측 영접인사들에게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하자 「슐츠」장관이 서울올림픽마크가 새겨진 기념모자를 써 보이면서 노대통령과 익살스럽게 포즈.

<한미정상회담 어록>
「레이건」대통령은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정책에 관한 설명을 듣고 공산주의자와 상대할 때는 소련인들이 좋아하는 격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믿어라, 그러나 확인하라』(Trust, but verify)라는 구절을 러시아어로 소개한 후 영어로 설명한 것을 배석했던 박동진 주미 대사가 전언.
「레이건」대통령은 노대통령이 북한 공산주의자들에 대해 동포애를 보이는 것은 좋지만 외형만 보고 대처하지 말고 신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박대사가 설명. 『믿어라, 그러나 확인하라』는 러시아 속담은 지난해 12월 워싱턴에서 있었던 미소 정상회담 때 「레이건」대통령이 「고르바초프」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옆에 세워놓고 연설하는 도중에 사용, 언론에 크게 보도된 것으로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레이건」대통령의 극우 보수주의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준 경구.

<워싱턴 도착>
노대통령은 20일 오전 9시25분 뉴욕의 케네디 공항을 출발, 1시간여만인 오전 10시30분 워싱턴교외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노대통령은 박동진 주미 대사와 「루스벨트」백악관의전장의 안내를 받고 트랩을 내려오면서 공항구내에서 노대통령을 환영, 박수를 보내던 1백50여명의 교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
노대통령은 트랩을 내려선 뒤 안진희양(7세·글렌포리스트국교2년)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안양을 안아 올려 볼에 입을 맞추기도.
노대통령은 이어 환영 나온 「시거」미 국무성 동아태 담당차관보, 「릴리」주한 대사, 「머독」백악관의전차장, 「기딩스」공군기지사령관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곧장 교민들에게로 걸어가 반갑게 인사.
노대통령은 특히 여성 교민들이 자신의 손을 잡으며 『영부인은 안 오시고 왜 혼자 오셨어요』라고 묻자 『다음에 함께 오지요』라고 대답.
한편 노대통령이 도착하는 영빈관과 백악관사이 펜실베이니아 가에는 이날 아침부터 길 양쪽에 태극기와 성조기·워싱턴시기 등이 가로등마다 꽂혀 있었고 도착 1시간 전부터 경찰과 경호원들이 주변을 경계.
노대통령이 탑승한 승용차가 맥네어 공군기지에서 백악관으로 올 때부터 줄곧 상공에는 경찰헬기가 공중 경호.
한편 백악관 앞에서는 한국인 20여명이 『한국에서 핵무기를 철수하라』는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해 눈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