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최저임금 1만원 2020년까지 어렵다···공약 못지켜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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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이룬다는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한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올해와 내년에 이어서 이뤄지는 최저임금의 인상 폭을 우리 경제가 감당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올해와 내년에 이어서 이뤄지는 최저임금의 인상 폭을 우리 경제가 감당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페이스북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을 10.9%(8350원)로 정한 배경에 대해 “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과 고용 상황,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사정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처한 현실을 고려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도 말했다.

청와대 내에서는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현실적 속도조절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16.4%의 인상이 이뤄진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 때도 ‘시장 상황에 대한 고려’를 언급했었다”며 “실제로 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일부 부작용이 영세업자 사이에서 제기된 데 따른 속도 조절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협회 사무실에서 최저임금 인상 공동대응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협회 사무실에서 최저임금 인상 공동대응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문 대통령은 이날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올해와 내년에 이어서 이뤄지는 최저임금의 인상 폭을 우리 경제가 감당해내는 것”이라며 “노ㆍ사ㆍ정 모든 경제 주제들이 함께 노력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사실상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한국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말이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영세자영업자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조속히 시행해달라”는 주문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음식점과 편의점 등 영세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발생한 이른바 ‘을(乙)간의 갈등’ 상황을 차단하라는 지시다.

문 대통령은 공개 발언에서도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경영이 타격받고 고용이 감소하지 않도록 일자리 안정자금뿐 아니라 상가 임대차보호, 합리적인 카드 수수료와 가맹점 보호 등 조속한 후속 보완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근로장려세제 대폭 확대 등 저임금 노동자와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주는 보완 대책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편의점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알바 문의 사절'이라는 글을 붙여놨다. 연합뉴스

한 편의점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알바 문의 사절'이라는 글을 붙여놨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사실상 파기했지만, 그 시기를 “가능한 조기에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책 기조 자체는 변경하지 않았다.

그는 “최저임금위는 작년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이어 올해에도 두 자릿수의 인상률을 결정함으로써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의지를 이어줬다”며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동시에 가계소득을 높여 내수를 살리고 경제를 성장시켜 일자리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2019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확정됐다. 고용노동부 직원이 14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15차 전원회의를 마친 뒤 최저임금 투표 결과가 적힌 칠판을 앞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2019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확정됐다. 고용노동부 직원이 14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15차 전원회의를 마친 뒤 최저임금 투표 결과가 적힌 칠판을 앞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현실적 부작용을 고려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일 뿐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오히려 재차 분명한 목표를 제시한 것”이라며 “이날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청와대와의 엇박자가 아니라, 충분한 소통의 결과”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의 회동 뒤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하반기 경제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된다”면서도 “취약계층 근로자 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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