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평양방문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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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곧 평양을 방문하게묄 것이라는 타스 통신보도는 소련이 추진해온 동아시아부평양지역의 평화공존구상에 새로운 추진력이 더해질계기가될 것으로 보여 우리의 관심을 끈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86년 7월 블라디보스토크 연설을 통해 그때까지 소련 외교가 추구해온 미국과서구 편중의 기조를 수정해서 아시아 중시로 돌아서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그와같은 선언은 1차적으로 자기가 추진하려는 국내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할 자원을 시베리아개발에서 찾아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본· 한국등을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권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실리에 바탕을 둔 것이있다.
이에 더해서 중소분쟁과 미소군사대결이 아시아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도움을 주지 못하면시오히려 소련경제의 민간부문 활성화를 억제해왔다는 절박한 인식을바닥에 깔고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 연설은 그후 중소분쟁의 해소 노력과 우리의 북방정책에대한 소련의 호응으로 구체화되어 왔다.
특히 주목할 것은 최근 크라스노야르스크연설에서 남북한이 포함된아시아 5개국의 연석회의 제안과한국과의 경제교류가 가능해졌다는 언급이었다. 그가 동아시아 평화와관련해서 한국을 거론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비슷한 시기에「셰바르드나제」 소련 외상은 유엔총회연설에서 소련은 앞으로 국가관계에있어서 계급투쟁이나 이데올로기를내세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와같은 일련의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소련이 제창해온 아시아 평화안의 테두리 안에서의 한반도 문제에관해 소련이 주목할만한 벼하를 보이고 있음을 알수 있다. 그것은 남북한이 주변의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강대국들과 교차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은 한반도의 분단상태를 고착화 시킨다는 북한측 입장 추인하던 입장에서 소련이 돌아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관계의 탈이념선언이나 국제회의에 남북한을 초청한다는 구상은 다같이 우리가 내세워온「교차승인」방식과 양립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디딤돌로 삼고 있다.
따라서「고르바초프」서기장이 평양에서 김일성을 만나 할 이야기의 계략을 짐작할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소련이 추진하고있는 아시아 평화안 구상에 북한도 따르라는 설득이될 것이다.
중소를 비롯해서 동구권까지 서방세계와의 교류만이 그들의 낙후하고있는 경제를 회복할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자각하고 탈이념의 국가관계를 모색하고 있는 판에 폐쇄성을 고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뿐 아니라 북한의 낙후성을 심화시킬 뿐인 것이다.
이와같은 맥락에서 볼때 관심의초점은 김일성이 과연 생전에 그와 같은 방향전환을 할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있느냐는 점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때 김일성이 변신을 택할 경우 그것은 지금까지 그가 쌓아 올린 정통성을 위협받을 정도로심각한 의미를 갖는 것일지도 모른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직접 평양을 방문하겠다고 나선 것도 그런 힘든 선택을 하도록 설득하는데는 그만한 비중의 지도자여야 된다는 생각에서 였을것 같다.
우리는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통일에의 실마리가 풀리는 계기로서, 또 넓게는 아시아 전체의 긴장완화를 위해서「고르바초프」서기장의 설득여행이 성공하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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