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확 드러나는 시험' 만만히 보면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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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강남 J고 3학년인 K군이 작년 고2 여름방학 전에 "선생님 어디서 심층면접을 준비해야 할까요?"라며 상담을 청해왔다. 언어논술은 몇몇 곳을 추천받아 준비하고 있지만 수학과 과학에 관련된 심층면접도 필요한데 논술 강좌가 있는 대부분의 학원들은 자연계 심층면접까지 대비해주지 못한다는 고민이었다. 지금 K군은 매주 일요일마다 3시간씩 '자연계 논구술반'에서 '수학과 과학'에 관련된 심층면접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왜 고2 때부터 심층면접 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2006년 4월 현재 대학 진학을 위한 고교 수는 특목고를 포함, 1,382개교이며 재학생은 모두 125만 9,792명이다. 이 중 과학고 17개, 외국어고 29개, 자립형사립고 6개 등 55개교를 뺀 나머지 고교가 무려 1,327개다.

이렇게 따져 보면 학교 내신 성적 기준 전교 1등 학생은 매년 1,382명.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은 각 학교별로 3명씩 추천자격이 부여되므로, 이 기준에 따르면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에 원서를 낼 수 있는 학생 수는 무려 4,146명에 이른다. 각 학교에서 내신이 뛰어난 학생들이 서울대 수시2 '지역균형선발전형'에 원서를 낸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2007학년도 선발기준으로 평균 경쟁률은 5:1을 넘는다.

학생 본인의 입장에서 볼 때 '3년 종합 전교 1등'의 성적을 얻은 점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전교 1등이라 해서 다른 학생과 차별적으로 볼 근거는 아무데도 없다.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기준으로 전국 1,382명 중 한명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들 역시 전교1등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각 대학은 선발할 수 있는 인원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학별고사로 '논술'과 더불어 '심층면접'이라는 2중, 3중의 선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우수한 학생을 선별하기 위해서다.

전년도 '8.31 교육부 논술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논술'을 선택하는 대학보다는 '심층면접'을 선택하는 대학이 훨씬 많아졌다. 영어지문이나 답을 요구하는 풀이식 수학문제가 논술지문에 등장하면 교육부 방침에 위배된다. 하지만 심층면접 시간에 영어지문이나 수학적 수식이 동원된 문제를 교수들 앞에서 간략히 풀거나 말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치른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당연히 대학은 대학별고사로 '논술' 대신 '심층면접'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래서 심층면접에는 국한문 혼용체 문제, 영어지문, 수학문제, 과학문제도 등장한다.

이와 같이 '심층면접'이 주요한 마지막 관문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심층면접을 형식적인 구술질문으로 잘못 생각한다. 서울대학교 홈페이지(www.snu.ac.kr)에 있는 '심층면접 문제들'을 보면 틀린 생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신이나 수능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문제들을 짧은 시간 안에 풀고 교수 앞에서 대답해야만 하는 관문이 '심층면접'이며,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각 대학이 이러한 경향으로 심층면접을 출제한 다음 학생 개개인이 갖고 있는 내신 성적을 다시 검증해 최종합격자를 선발하기 때문에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심층면접 시험을 미리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김형일(거인의 어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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