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마시는 도중 문 밖서 총성 20여 발 |김대중 총재 만찬장 피습 어떻게 일어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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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필리핀을 방문중인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동경 출발 하루 앞두고 22일 오후(현지 시간) 필리핀 인사들을 위한 만찬을 베풀던 중 식당 바로 문 앞에서 갑자기 20여 발의 총격전이 벌어져 만찬 참석자들이 놀라 대피하는 등 한 때 소동.
이 날 만찬이 시작된 지 30분이 지난 오후 8시45분쯤(현지 시간) 참석자들이 칵테일 파티를 벌이던 중 갑자기 식당 문 앞에서 권총 연발 음이 20여 초 간 계속되자 만찬 장은 아연경악과 긴장이 감돌았다.
김 총재는 권노갑 의원 등 수행원들에 둘러싸여 상기된 얼굴로 만찬 장 구석 테이블에 몸을 낮춰 대피했고 일부 의원과 참석자들은 식당 종업원의 손짓을 잘못 알아듣고 주방 문 앞까지 피신.
이에「라모스」국방장관이 직접 문 밖으로 나가 경호 작전을 진두 지휘했고 만찬에 참석했던「아키노」대통령의 의전 비서관은「아키노」대통령에게 전화로 상황을 보고하고는 안재석 주 필리핀 대사와 협의한 뒤 방탄 차 2대의 파견을 요청.
상황이 끝난 뒤에도 한 동안 만찬 장 구석에 피신해있던 김 총재 일행은「라모스」장관이 『이제는 완전히 안전하다』고 확인하자 만찬을 시작, 김 총재가 안 대사에게『이 곳은 참 위험하다』고 하자, 군 출신인 안 대사는『그래서 저를 보냈나 봅니다』고 답변.
만찬이 진행되는 동안 M-16 소총을 든 경호원 수명이 식당 안에까지 들어와 경호를 했고 식당 밖에는 완전무장한 약 1개 소대의 병력이 만찬 장을 호위했으나 구경꾼과 필리핀 현지 보도진이 몰려 와 혼잡을 이루었다.
총격전이 발생하자 현지 관계자들은『만찬 참석자들을 노렸을 경우 만찬이 끝나는 시점을 노렸을 것』이라며 이 날 사건이 김 총재의 만찬과는 무관하다는 분석이 우세했으나「라모스」장관이 정적이 많다는 점에서「라모스」장관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대두.
오후 10시25분쯤 만찬을 서둘러 끝낸 김 총재는 문 앞에 대기중인 방탄 지프에「라모스」장관과 함께 타고 숙소로 돌아왔는데「아키노」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안전하게 돌아와 다행』이라며 유감의 뜻을 표한 뒤 의전 비서관으로 하여금 출국 때까지 곁에 있도록 조치하는 등 배려. <마닐라=이년홍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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