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권연극도 사회주의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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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동구권연극은 사회주의리얼리즘에 입각한 작품보다 오히려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빚어지는 모순을 비판하는데 역점을 두어오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 연극계는 이 같은 동구의 반체제연극을 중심으로 희곡 또는 인적교류를 하고 연출기법 등도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구권문화예술개방에 즈음하여 한국연극평론가협회(회장 여우기)는 5일 오후3시30분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동구권연극의 이해와 수용」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가졌다.
첫 번째 발제자인 김문환 교수(서울대)는 「동구권연극의 이해-독일어권을 중심으로」를 통해 동독의 주목할만한 극작가로「베르톨트·브레히트」「페터·학스」「하이너·뮐러」「폴커·브라운」등을 꼽고 이들 대표적인 작가들은 사회 전반적으로 이른바 사회주의적 국가건설과 사회주의적 인간개조에서 빚어지는 모순에 그들 작품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태주 교수(단국대)는 「동구권 연극의 이해-비 독일어권을 중심으로」를 통해 『제2차세계대전 후 스탈리니즘의 교조주의적 경향→스탈린 사후 자유화물결→68년 이후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한 재통제라는 동구의 일반적 양상에도 불구하고 각 국 연극의 개별적 상황은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체코의 경우 대담한 무대연출상의 자유로운 실험이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특징. 마임극의 발달도 그 중에 속한다.
「오토말·크레이처」의 문밖의 극장설립이후 대대적으로 벌어진 소극장운동은 중앙집권적인 정치적 통제하에서 엄격히 규제된 관주도문화에 대한 반발과 항거의 표시가 되기도 했다.
헝가리의 「하아이」「미크로슈·메세이」등 극작가들은 공산주의 사회에 있어서의 자기실현의 어려움을 공통적 테마로 삼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시극·희극·사회극 등이 고루 발달해왔으며 이데올로기가 가미된 생산성연극에 대한부담을 역사극·전기극으로 도피함으로써 반항하기도 했다. 폴란드 대표적 작가「스다브미르·므로체코」를 중심으로 한 부조리극은 부조리 그 자체의 제시만이 아니라 현재 사회적 상황의 부조리성과 그 어리석음까지 폭로한 것이 특징이다.
한상철 교수(한림대)는 「동구권연극의 수용방안」으로 먼저 희곡의 접근과 다음으로 인적교류를 통한 연출기법수용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벗어나 연극과 사회, 연극과 관객의 관계를 더 깊이 이해하는 자세가 선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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