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 끝났다 해도 디플레 해소엔 시간 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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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근 일본 경기의 상승세가 심상찮다. 이달 들어 도쿄 증시의 닛케이지수는 1만7400엔대 전후에서 움직이며 5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용사정도 크게 개선됐다. 5일 총무성은 지난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사원으로 바뀐 사원 수가 전년보다 17% 증가했다고 밝혔다. 경제 전반에 온기가 퍼지고 있다. 온기를 끌어낸 힘은 경제 개혁이다.

본지는 '개혁 전도사'로 불리는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사진) 총무상을 단독으로 만나 일본 경제와 개혁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달 28일 도쿄 가스미가세키에 있는 총무성 장관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최근 일본 경제는 각종 지표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 증시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경기회복의 원인과 앞으로의 전망은.

"지금 일본 경기는 저변이 매우 튼튼하다고 본다. 먼저 성장률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 그런 흐름이 착실하게 가계에도 확산돼 소비가 늘고 있다. 매우 좋은 순환 구조에 있다고 본다. 이 같은 좋은 흐름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확신한다. 다만 실물경제가 이처럼 좋음에도 불구하고 디플레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걱정거리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한 것을 두고 '이제 디플레가 끝났다'란 선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개인적으로 디플레 해소에 대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그렇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제자리에서 맴도는 통화공급이다. 통화량이 늘지 않는 한 물가는 쉽게 올라가지 않는다. 디플레가 끝나고 일본 경제가 완전히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의 경제 회복세는 각종 경제개혁 정책이 뒷받침됐기 때문일 텐데, 개혁작업을 진두지휘한 책임자로서 특히 어려웠던 시절을 꼽는다면.

"계속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러나 역시 부실채권 처리에 착수한 2002년 가을에서 2003년 초가 가장 힘들었던 고비였던 것 같다. 당시는 경제가 안 좋고 모두가 반대했을 때다. 솔직히 그때는 고이즈미 총리와 나를 빼고는 모두 부실채권의 처리에 반대했었다. 하지만 그때 부실채권을 처리하지 않았다면 일본 경제는 지금처럼 좋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도쿄 글.사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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