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담배값 인상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산담배와 수입담배의 완전 자유경쟁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수입담배의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에 그동안 금지되던 수임담배의 광고가 본격적으로 개시되었으며 오는 7월1일부터는 수입담배 가격이 파격적으로 내린다.
미국산 담배는 수입이 개방된 이후 담배의 종류에 따라 1천1백∼1천3백원씩 받던 것을 7백∼1천원씩 받기로 함으로써 국산 최고급 담배와는 가격 차이가 사실상 1백원밖에 안되어 판매경쟁이 치열해지게 되었다. 수입담배의 시판가격은 신고가격제여서 지금은 서로 차이가 나지만 제조업체들이 판매고가 1조8천억원에 이르는 한국의 황금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어 경쟁적인 저가정책으로 나올 공산이 크다.
국내 애연가들이 많이 피우는 켄트의 경우 시판가격이 한갑에 7백원이다.
수입담배의 저가 시대를 맞은 우리로서는 실로 착잡한 심정을 금할길이 없고 우리의 대응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한미무역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호혜적 사고에서 국내 담배시장을 완전 개방했다.
이미 미국에서 습관성 물질로 인체에 유해하다고 판정나 담배수출이 도덕적인 문제로 세계적 논쟁거리인데도 우리는 미국의 담배 시장개방요구를 순순히 들어주었다. 그 결과는 어떤가. 미국 주요 담배메이커들은 한국시장공략에 혈안이 되어 있다.
수단방법을 안가리고 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값싸게 미국산 담배를 한국에 실어내겠다는 덤핑공세로 나오고 있다.
미국산 담배값 7백원의 확증적 덤핑여부는 곧 밝혀지겠지만 국제거래의 비정한 일면을 실감케 한다.
수입담배의 덤핑주장에 대해 한미정부간 가격문제를 타결해놓고 무슨 소리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미국담배제조 업체들이 이렇게까지 나올지는 미처 몰랐다.
수입담배를 값싸게 팔게한 것은 원천적으로는 우리가 자초한 일일수도 있으나 미묘한 우리국민감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저가공세는 일단 애연가들로 하여금 입맛을 들여놓게 하려는 저의가 있는게 분명하다.
국산담배와 수입담배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게된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이제 우리는 결과적으로 수입담배가 판을 치게될지 모를 현실을 놓고 정부의 사전적 책임을 묻는다든지, 미국의 불공정거래를 탓해본들 큰 의미가 없다. 이미 지난 일이고 미국의 이성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의 냉정한 대응과 애연가들의 선택만 남아있다고 하겠다.
첫째, 수입담배의 덤핑여부는 반드시 밝혀야 한다. 담배시장은 비록 개방됐지만 불공정거래까지 용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둘째, 전보공사는 질은 높이지만 값이 안비싼 담배의 개발에 힘써야한다.
수입담배와의 경쟁을 위해 고가, 고품질 새 담배를 개발해 시판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가, 고품질 담배보급으로 맞서도 수입담배와의 경쟁력이 미지수인데 수입담배보다 비싼 8백∼1천원짜리 담배를 내려는 정책에 반대한다. 수입담배를 빌미삼아 많이 선호되는 값비싼 담배를 내놓으려는 것은 담배값만 인상하려는 의도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