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하루 만에 또 없던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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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로 다음날 "강남 학군제를 당분간 검토 안 한다"는 보도를 봤다. 일러야 내년에 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노씨는 걱정을 덜게 됐다. 그래도 불쾌하긴 마찬가지였다. 노씨는 "교육정책을 놓고 이렇게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거냐"면서 "정부나 여당 사람들이 학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한 달간 교육정책을 놓고 벌어진 해프닝들을 보면 노씨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29일 여당에선 "학군을 광역화해 강북 학생이 강남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면 강남북 교육격차가 줄고 부동산값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들이 있었다. 하지만 30일 여당의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정부 쪽에서 우리와 상의도 하지 않고 그런 말을 흘려 혼선만 가져왔다"면서 화살을 돌렸다. 교육부는 교육부대로 "우리하곤 일언반구 논의도 없었는데…"라면서 볼멘 표정이다. 경제 부처 쪽에선 "어떻게 해서든 집값을 잡자고 하지 않았느냐"는 반응이다.

교육정책만 이러는지, 아니면 다른 정책들도 모두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논의되고 결정되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지난해 8월에도 김진표 교육 부총리가 '학군 조정 검토'를 언급했다가 여론이 나쁘자 흐지부지한 적이 있다. 학군 조정제를 가끔씩 끄집어내는 이유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열린우리당은 또 대학입시 실업고 특별전형을 정원 내에서 10%로 늘린다고 했다가 정원 외 5%로 조정해 '탁상행정'이란 비난을 샀다.

교육부는 자립형 사립고에 대해서도 왔다갔다 하고 있다. 일곱 살짜리 아이가 있는 김모(38.약사)씨는 5월 캐나다로 이주한다. 그는 "한국 교육을 믿을 수 없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김씨 같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건 교육 당국자들도 다 알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한 교육실험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고정애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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