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건강] 성생활 당신도 혹시 낙제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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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엘 헬스케어가 전 세계 12개국 85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나라 중년 남성 가운데 바이탈 섹슈얼은 26%로 세계 최저 수준. 아시아 남성 평균(46%)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바이탈 섹슈얼의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는 대만(63%). 그렇다면 바이탈 섹슈얼맨이 되려는 한국의 중년 남성에겐 어떤 처방을 내려야 할까? 이번 조사에서 한국 중년 남성의 10명 중 7명은 성욕 저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꼽았다. 또 52%는 '배우자의 성적 불만족을 우려'하고 있었다. 배우자를 무조건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난 것.

◆ 스트레스 줄여라

여의도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세홍 교수는 "남성이 스트레스.강박 관념에 빠지면 자율신경계의 기능이 떨어져 성에 대한 흥미와 욕구가 저하된다"며 "이는 성생활의 만족도를 크게 낮출 뿐 아니라 발기부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자신의 성기가 '왜소'하다고 여기는 남성이 강박관념을 갖기 쉽다. 김 교수는 "이 경우 90% 이상이 성생활에 하등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판정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스.강박관념 등 심리 문제로 성생활에 애로를 느끼는 남성은 상담.약물치료(우울증 치료제.발기부전 치료제 등)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부부가 함께 치료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 남과 비교 말아라

"누구는 한 달에 몇 번 한다는데…." 중년 이상의 남성이 성생활 횟수나 시간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난센스다. 부부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나이.체력.건강 상태 등에 맞춰 무리가 없다고 '합의'한 횟수.시간이 최선이다.

중앙대병원 비뇨기과 김세철 교수는 "주변에서 들은 얘기에 얽매여 '40대는 월 몇 회, 50대는 월 몇 회'식으로 정형화하면 절대 안 된다"며 "자신의 나이.성적 능력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신체에 과부하가 걸려 발기부전이 올 수 있다"고 충고했다. 발기력이나 성욕 등이 현저히 떨어지면 남성호르몬 검사 등 의학적인 진단을 받는 것이 순서다.

한번 사정을 한 뒤 다시 발기를 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무반응기라고 한다. 20대 남성은 무반응기가 보통 1분 이내지만 40대는 수십 분, 50대는 수시간, 65세 이상 노인은 수일이 걸릴 수 있으며, 이는 의학적으로 '정상'이다.

◆ 대화로 성적 만족도 높여라

남성이 시각적 자극에 의해 충동을 느낀다면 여성은 청각에 예민하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귀로 듣는 것이 여성의 성행위 만족도를 높이는 데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부관계를 가지면서 아내에게 '아름답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면 남편에 대한 친밀감.유대감을 더 진하게 느낀다.

성은 혼자의 문제가 아니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한국의 중년 남성은 성행위 시 배우자에 대한 배려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강성심병원 비뇨기과 김형주 교수는 "성관계 시 만족감은 배우자와의 친밀감이나 로맨틱한 관계와 연관이 깊다"며 "배우자와의 관계는 발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발기부전 치료를 받더라도 배우자와의 정신적.정서적 관계가 좋은 남성의 치료 효과가 훨씬 높다.

◆ 발기부전 적극 치료하라

발기부전은 3개월 이상 지속적.반복적으로 성관계를 갖기에 충분히 발기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한국의 40대 남성의 발기부전 유병률은 8%. 중국.대만.말레이시아의 4%보다 두 배나 높다. 명지병원 비뇨기과 이상익 교수는 "성생활의 중요성은 여전히 인정하면서 발기부전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간주해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는 중년 남성이 많다"고 말했다. 발기부전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것.

발기부전을 약.수술 등으로 치료하면 90% 이상이 호전된다. 국내에선 발기부전 환자 10명 중 1명만이 비아그라.시알리스.레비트라 등 먹는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바이탈 섹슈얼 남성들은 일반인에 비해 발기부전 치료 의지가 높았다. 서구의 섹슈얼 남성은 75%가, 한국 남성은 100%가 치료제를 복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훨씬 적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 바이탈 섹슈얼(Vital Sexual) = 최근 유럽에서 유행하는 신종 용어다. 40대 이상의 중년 남성 가운데 건강한 성생활을 매우 중시하고, 배우자의 성적 만족을 배려하며, 자신의 발기부전에 대해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보이는 남성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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