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기부진 조짐 속에 분배에만 매달리니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연초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경제지표가 2월 들어 일제히 하향세로 돌아섰다. 경기가 살아나기는커녕 자칫하면 반짝 회복 뒤 다시 침체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2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고, 생산과 소비가 모두 전월에 비해 줄어들었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말부터 흑자폭이 계속 줄어들다가 급기야 2월에는 7억6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2월 산업생산과 소비재 판매는 각각 전월보다 4.4%와 0.2%씩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2.3% 늘어났으나 그동안 워낙 투자가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경기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내수가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그동안 성장을 홀로 이끌던 수출마저 급격하게 주저앉는 형국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앞으로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가 전월보다 0.3%포인트 떨어진 점이다.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1월 이후 줄곧 상승곡선을 긋다가 1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도 앞으로는 점차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희망마저 꺾일 판이다.

우리는 1월 경기지표가 불안한 조짐을 보였을 때 섣부른 낙관론만으론 올해 5% 성장이 어려울지 모른다고 경고했었다. 경각심을 가지고 경기 부진의 가능성에 대비하자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우려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부동산 대책과 분배 확대책에만 골몰하는 모습이다. 올해 성장이 부진할 경우 대통령과 정부가 그토록 매달리고 있는 양극화 해소도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성장이 안 되고,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데 무슨 수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한단 말인가.

이 판에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하지 않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나 "특별히 실수하지 않으면 앞으로 수년간 심각한 위기는 겪지 않을 것"이란 동어반복적 수사(修辭)가 힘겹게 살아가는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들릴 리 없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덩이는 모른 체하고, 앞으로 큰불은 나지 않을 것이라며 안심하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