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새벽형 인간'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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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에 '새벽형 인간'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교통체증 등을 피해 오전 5~6시에 출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5일 새벽부터 활동하는 미국인들이 부쩍 증가함에 따라 전기.수돗물의 아침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PJM인터커넥션.서던 등 대형 전력회사에 따르면 지난 5~6년간 오전 5~7시 의 전기 사용량이 가장 많이 늘었다. 가정의 최대 전력 사용 시간도 오전 8시에서 7시로 당겨졌다. 13개 주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아쿠아 아메리카사는 화장실.세탁기의 용수 사용 시간이 일러짐에 따라 수돗물 공급 펌프의 작동 시작 시각을 오전 6시에서 5시 반으로 바꿨다.

이런 현상은 갈수록 악화하는 아침 러시아워를 피하기 위해 일찍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미국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오전 5시~5시30분에 출근하는 직장인은 지난 5년간 1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블랙베리'등 무선 e-메일이나 인터넷 서비스가 오전에 부하가 많이 걸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직장인들의 출근길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알려졌다.

방송사들도 이런 현상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아침뉴스가 과거보다 30분~1시간 이른 시간에 시작된다. CNN은 오전 7시에 시작하던 '아메리칸 모닝'을 6시로 옮겼다. 오전 5~7시 광고물량도 5년 전 하루 3200만 달러에서 지금은 5200만 달러로 늘어났다. 상점은 물론 병원도 문 여는 시간이 일러졌다. 사무용품 체인인 스테이플도 최근 개점시간을 오전 7시에서 6시로 당겼다. 많은 개인 병원은 오전 7시부터 진료를 시작하나 "6시부터 봐줄 수 없겠느냐"고 묻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WSJ는 "이른 아침부터 활동하는 추세가 확산함에 따라 저녁이 아닌 아침에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부모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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