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국 법원장 내주 ‘미투’ 대책 머리 맞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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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국 법원장들이 다음 주 한자리에 모여 우리 사회 최대 화두로 떠오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등의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중순쯤 수석부장 회의도 추진 #평판사들은 미투 관련 설문 준비 #노조서도 피해 실태 조사 나서

대법원 관계자는 1일 “전국 법원장 회의(간담회)를 3월 8, 9일 양일간 롯데 부여리조트에서 열기로 했다”며 “최근 인사에서 새로 임명된 신임 법원장들에 대한 오리엔테이션과 법원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관계자는 “법원장들이 논의할 안건을 최종 조정하고 있다. 성범죄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는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의 폭로 이후 법원 내(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등)에서도 판사의 성희롱·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법원 관계자는 “문학·연극계 등의 미투에서 보듯 과거에 성폭력 피해자가 오히려 조직에서 소외되는 병폐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며 “사법부도 이런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해 각급 법원장과 사법연수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법원행정처장(안철상 대법관)을 필두로 법원행정처 부장급 이상이 참석한다. 법원장 간담회는 최고참 법관들의 기구로서 주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굵직한 목소리를 내 왔다.

앞서 2016년 터진 법조비리 사건에 일부 법관들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자 전국 법원장들은 법원장 회의를 통해 비위 법관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는 등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이는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고위법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법원장 회의를 거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의혹을 규명토록 했다.

법원은 전국법원장 간담회에 이어 전국 수석부장 회의도 준비 중이다. 이 자리에서도 법원 내 ‘성희롱·성추행 문제’ 개선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법원 관계자는 “3월 중순쯤 전국 수석부장 회의를 여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평판사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법원 내 젠더법 연구회를 중심으로 미투 관련 설문을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 서울고법 재판연구원(로클럭)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원공무원 노조는 성희롱·성추행 설문조사를 전국 법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음 주 월요일 화상회의를 열 계획이다.

고양지원 법원 공무원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주 판사를 제외한 고양지원 직원 160명을 상대로 성희롱 및 성추행 피해 실태조사인 이른바 ‘미투 설문조사’를 해 결과를 22일 법원 내부망에 게시했다. 해당 결과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 50명 중 16명(32%)이 직접 피해를 봤거나 피해 사례를 목격 또는 전해 들었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 직원 4명은 판사로부터 성희롱 또는 성추행을 당했다고 답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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