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섬들이 놀다'

'섬들이 놀다' - 장대송(1962~ )

빈 벽에서 먼 바다의 섬들을 보았다

섬들이 놀고 있다

우울했다가 심심했다가 깔깔대다가 눈물 흘리다가

사는 게 노는 것이라고 했다

집이 되었다가 용이 되었다가 상여가 되었다가 구름이 되었다가 바람이 되었다가

즐겁게 노는 게 곧 비가 오려나 보다

비오면 떠날 듯한 사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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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정해진 악보가 없다. 빠르다가 더디고, 깊은가 했더니 얕다. 하루는 돈과 곡식이 들어오고, 다른 날에는 옷과 음식이 동난다. 당신을 만나면 괴롭지만 헤어지면 못 만나서 곧 그립다. 양달인가 싶더니 응달이다. 물속에 잠겨 있는 바위 같아서 밀물.썰물의 때를 가려 젖었다 말랐다 한다. 그런 변화와 굴곡을 '노는 일'이라 통 크게 말해보면 어떨까. 손바닥을 다 들여다 보았다는 듯이 대차게 말해 보면 어떨까.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