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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평 공원운동' 정부가 왜 제동 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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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그동안 100만평 공원 범시민협의회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힘입어 3500여 명으로부터 풀뿌리 기금을 모아 공원 부지를 매입했으며, 20억원에 달하는 1만여 평의 부지를 부산시에 공원 조성을 전제로 무상 기증할 것을 제안했다. 처음에 부산시는 행정이 해야 할 공원 사업을 시민이 앞장서 부지 매입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나서고 있는데도 예산상의 문제를 들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부산시는 주민들의 요구가 지속적이고 강렬해짐에 따라 방침을 바꾸어 지난해 11월 일단 1만5000평의 공원을 조성하기로 주민과 행정이 최초로 공원협약을 하기에 이르렀다.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도 이 계획안을 통과시킴으로써 100만평 공원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건교부가 여기에 제동을 걸고 나왔다. 그 이유는 단순히 국책사업이나 불요불급한 사업이 아닌 경우에는 개발제한구역관리계획의 변경을 자제한다는 내부 방침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따라 부산시에서 올린 두 개의 사업 중 금정산 사토장 조성 건은 자연 훼손이 우려되는데도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정식 안건으로 채택됐고, 100만평 공원사업은 국가가 개발제한구역 내에 우선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공원사업인데도 국책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안건으로 상정조차 못한 채 반려됐다. 100만평 공원 조성 제안 부지는 현재 개발제한구역 내의 경작지이지만, 주민들은 미래를 내다보고 여기에 생태문화공원을 조성해 개발제한구역의 마구잡이개발을 미리 방지하고, 보다 자연성이 높은 자연체험학습장이나 생태교육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곳이다. 이같이 주민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국토의 보전에 참여하고, 순수한 꿈을 이루고자 하는 사업이 어찌 개발성을 띤 국책사업보다 못하단 말인가.

부산시는 망설이던 끝에 반려된 100만평 공원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변경안을 건교부에 다시 제출했다. 이제는 정부가 기존의 방침을 철회하고, 이 변경안에 대해 재검토해 즉시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할 차례다. 정부는 개발제한구역을 비롯한 국토와 자연의 보전에 대해 주민이 진정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신뢰감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가야 한다.

평지 숲 공원, 100만평 공원을 향한 꿈의 실현이 머나먼 길이지만, 부산의 주민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에 정부가 동참해 지역주민과 함께 개발제한구역 내의 부지를 매입하면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 봄직하다.

김승환 동아대 교수·도시계획조경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