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수다] 초등논술방-북벌 대 북학 … 내가 조선 왕이라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17세기 조선은 이미 청나라가 세력이 커져 청나라보다 약한 상태였다. 그리고 명나라는 꺼져가는 등불처럼 세력이 약해만 갔다. '외교'는 개개인의 일이 아니고 나라의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명분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왕이란 나라를 발전시키고 튼튼하게 지켜 백성들을 편안하게 살게 해주는 사람이다. 함부로 전쟁을 하여서는 안 된다. 만약 '척화론'을 시행하면 그로 인해 세력이 약한 조선이 청나라에게 멸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인조는 청나라 황제 앞에서 머리를 아홉 번 땅에 찍으며 창피한 삼전도의 강화를 맺었다.

북벌과 북학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조선이 오랑캐라고 깔보았던 청나라도 나라이고 조선보다 강하고 발전해 있었다. 박제가의 말처럼 북학을 시행하면 그로 인해 나라가 발전해 청나라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지도 모른다. 무작정 싸움을 하면 이미 병자호란으로 인해 힘들어진 백성들은 거의 다 죽어갈 것이다.

'열하일기'의 박지원도 박제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말처럼 청나라와 화친을 맺어 사신을 보내고 발달된 청나라의 기술을 알아오면 더 나은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북학을 했다면 스스로 근대화를 해 일제 강점기를 겪지 않고 선진국으로 편안하게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 총평

풍부한 지식 … 역사 꿰뚫는 논리 뛰어나

논제가 쓰라고 요구한 사항은 세 가지였다. ① ‘척화 대 주화’ 중 어느 외교정책이 좋은가 ② ‘북벌 대 북학’ 중 무엇이 더 이로운가 ③ ‘명분이냐, 실리냐’를 ①과 ②와 연관시켜 찬반논제 식으로 주장을 펼쳐라. 세 가지의 논리적 연관성을 글로 풀어내는 게 처음 한국사(6학년 사회교과)를 접하는 또래들에겐 녹록치 않다. 때문에 사전 자료조사와 배경지식 습득이 이번 논제의 열쇠였다. 물론 배경지식이 ‘논술의 질 A부터 Z’는 아니지만 기초체력임엔 틀림없다. 아는 만큼 잘 쓰고, 잘 말하는 건 자명하지 않은가.

현수 학생은 척화파(17세기)는 북벌(18세기)→위정척사파(19세기)로 이어진 반면 주화파(17세기)는 북학(18세기)→개화파(19세기)로 그 정신이 이어져 왔다는 역사흐름에 대한 통찰로 ‘① ② ③의 연관관계’를 논리적으로 잘 풀어낸 게 빼어나다. 땀을 많이 흘린 만큼의 값진 열매다. 그런데 ‘북학은 청나라 정벌의 기회’라는 논리는 생뚱맞다. 글을 쓰다 북학과 북벌을 조금 혼동한 듯싶다.

물론 소설 ‘허생전’(북학파 박지원)을 읽다 보면, 허생이 북벌대장 이완 장군에게 ‘양반자녀를 변발하고 청나라 옷을 입혀 스파이로 파견(북벌 비책)’하라는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이완은 예법을 목숨처럼 중히 여기는 양반이 오랑캐 꼴 하는 건 수치라며 거절한다. 허생은 말한다. “앉아서 북벌을 외친다고 될 일인가?” 당시 북벌정책의 실상이다. 북학파는 그만큼 북벌이 ‘말뿐’이고 비현실적이었다는 걸 꼬집으며, 당시의 국제현실을 ‘똑바로(현실적으로)’ 인식했던 게 아닐까.

노만수 학림논술연구소 연구원

*** 다음 주제는

중앙일보 joins.com의 논술카페 '우리들의 수다(cafe.joins.com/suda)' 초등 논술방에 글을 올려주세요. 매주 30명을 골라 학림논술연구소 연구원.강사들이 총평을 해드립니다.

◆ 다음 주제=조선 후기 연암 박지원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청나라에 직접 가 그곳의 발달된 문물을 알고자 했어요. 연암은 왜 청나라에서 '기와조각과 똥'이 가장 볼 만하다고 했는지 보기 글 <나>를 바탕으로 쓰고 당시 '조선이 부강한 나라가 되는 길'에 대해 논술하시오.(600자±100)

*보기 글은 '우리들의 수다'의 '초등 주제글 보기'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