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들 "주5일 수업 더 힘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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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전 D고 3학년 윤모(18)군의 11일 토요일 수업시간표는 1교시 국어, 2교시 영어, 3교시 국어, 4교시 영어였다.

새 학기부터 격주로 토요일에 쉬는 휴업일(놀토) 때문이다. 토요 휴업일이 하루 늘어남에 따라 국어와 영어의 의무수업 시간을 채우기 위해 등교하는 토요일에 수업을 몰아서 하는 것이다. 윤군은 "국어와 영어의 일주일치 수업 진도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빨라져 쫓아가기가 버겁다"고 호소했다.

경기도 D고 안모(18)양은 매주 토요일 오후까지 즐기던 '댄스 동아리'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토요일마다 실시하던 '전일제 특별활동'시간이 놀토가 시행되면서 금요일 7교시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윤양은 "7교시가 끝나면 다시 야간 자율학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교생들은 '놀토'가 시행된 이후 등교 시간이 앞당겨지거나 평일 수업량이 늘어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고교 학생회 모임인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한고학연)가 전국의 고교 30곳의 수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토요 격주 휴무제를 도입하면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줄고, 교과외 활동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쉬는 날을 늘리면서 의무수업 시간은 그 절반만 줄였기 때문이다. 현재 줄어든 고교의 의무수업 시간은 주당 35시간이다. 놀토로 인해 한 달에 두 번 토요일을 쉬게 되면 4시간씩 8시간이 줄어야 한다. 교육부는 그러나 학력 저하를 이유로 월 4시간만 의무수업 시간을 줄이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는 ▶7교시 수업을 주 2회에서 3회로 늘리고 ▶특별활동 및 비내신과목을 주요 과목 수업으로 돌려 채우고 있다. 중앙대 부속고 전모 교사는 "토요일 수업을 평일에 다 소화해 내려니 교사들도 부담을 느낀다"며 "특별활동 시간이 줄어 아이들이 특기적성을 살릴 수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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