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보균자 존재 정부 수개월간 쉬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한국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지난해 한국에 혼인비자를 신청한 베트남 여성 가운데 에이즈 보균자가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정부는 이를 알고도 국제결혼한 가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수개월 동안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6~12월 베트남 하노이의 한.베트남 친선병원은 혼인비자 발급에 필요한 베트남 여성 532명의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이 중 69명이 질병 보유자였으며, 에이즈 보균자도 2명 있었다고 외교통상부와 보건복지부가 20일 공개했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은 지난해 6월 1일부터 혼인비자를 신청하는 베트남 여성에 대해 한국 정부에서 파견한 의사가 원장을 맡고 있는 한.베트남 친선병원의 건강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대사관 측은 질병 보유자로 밝혀진 베트남 여성에겐 혼인비자를 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결혼 알선업체 등은 일부 한국 남성은 국제결혼 전 예비신부의 국가를 방문해 성관계를 한 경우도 있어 에이즈 감염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문이 일자 정부는 2월 21일 외교통상부와 보건복지부 등이 참여하는 관계 부처 대책회의를 연 사실을 공개했다. 정부는 사실 공개를 늦춘 데 대해 "주베트남 대사관이 사실을 인지한 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 기혼 가정의 불화를 초래할 우려 등을 감안해 신중히 대처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박승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