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펀드가 비씨 인수 땐 국내카드사 지킴이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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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씨카드를 인수해 퍼스트데이터에 맞설 수 있는 카드 대행사로 키울 것이다."

'토종펀드'를 자처하는 보고펀드의 이재우(사진) 공동대표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세계 최대의 신용카드 결제 정보처리 및 발급 대행사인 퍼스트데이터가 최근 국내에 진출해 시장 장악을 계획하고 있다"며 "비씨카드는 그 대항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퍼스트데이터는 세계 시장의 35% 가량을 점하고 있는 회사로 460만 개의 가맹점과 1500개의 카드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 신용카드 결제정보 처리업체(밴:VAN)인 KMPS를 인수하면서 한국 시장에 들어왔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퍼스트데이터는 조만간 국내 밴사 1~2곳을 추가로 인수,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이 대표는 "비씨카드 인수는 '국내자본 보호'라는 명분과 '이익 창출'이라는 실리 모두를 챙기는 선택이 될 것"이라며 "비씨카드를 인수해 키운 뒤 증시에 상장하면 투자자들에게도 높은 수익을 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씨카드 인수를 '윈-윈 거래'라고 표현했다. 비씨카드의 주주인 우리은행 등 국내 은행들은 무수익자산인 지분을 팔아 현금을 확보할 수 있어 좋고, 최근 은행 합병과 은행계 카드사 독립 등으로 회원 수가 줄어들고 있는 비씨카드로서도 단일 거대주주가 등장하면 회사를 혁신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비씨카드는 우리은행이 최대지분(27.7%)을 가지고 있으며, 하나은행과 조흥은행도 각각 16%, 14.8%씩 지분을 가지고 있다. 보고펀드는 이들 3개 은행의 지분 중 최소한 51% 이상을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밴사 1~2곳을 인수해 비씨카드가 퍼스트데이터와 맞서 경쟁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줄 것"이라며 "보고펀드가 국내 자본시장에서 경쟁력과 기술력을 가진 대안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보고펀드에는 경제 관료와 외국계 투자은행 출신자 등이 모여 있어 외국자본의 생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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