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차 임금협상 노사에 맡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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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cellpadding="0" cellspacing="0" border="0"><TR><TD colspan="2" valign=top style="line-height:20px;">한 시민단체가 이례적으로 노동조합 규탄에 나섰다. 중도 실용노선을 표방하는 '선진화정책운동'은 17일 울산 현대자동차공장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회사 측의 임금 동결 방침에 반대하고 있는 현대차 노동조합을 집단 이기주의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이 단체는 "현대차가 환율 하락 등 경영 악화로 부품업체에 단가 인하를 통보하고 과장급 이상이 임금 동결을 선언했는데도 현대차노조가 고통 분담을 거부하고 있다"며 "현대차의 성장 전망이 확실해질 때까지 앞으로 수년간 노동자들이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는 이 단체의 지적과 주장 자체에는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 행동 방식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단체가 특정 회사의 임금협상을 두고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건전한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데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부 단체가 회사 앞에서 규탄시위를 벌인 것은 도가 지나쳤다.

이 단체의 서경석 공동대표는 현대차노조의 집단 이기주의적 행태에 사회적 관심을 표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규탄집회를 열었다고 했다. 그러나 관심 표명은 성명 발표나 기고 등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족하지, 직접 압력을 행사하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이런 식의 개입은 노사협상을 어렵게 하는 데다, 설사 그런 압력에 밀려 협상이 이뤄진다 해도 합의가 오래 지켜지기 어렵다.

선진화정책운동은 회사 측에 대해서도 "지난 수년간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조의 요구를 거의 일방적으로 수용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키고 그 부담을 하청업체에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협력업체에 대한 10% 단가 인하 요구를 철회하고 이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부담을 경감할 것"을 촉구했다. 우리는 이 말에도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이 역시 입장 표명에 그쳐야지, 제3자가 시위를 통해 해당 회사에 강요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현대차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협력업체에 손해를 끼쳤다면 당사자인 납품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해 피해를 구제받는 것이 우선이다.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에 우호적인 시민단체들이 지원에 나서는 것이야 말릴 이유가 없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시민단체가 당사자를 제치고 직접 전면에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아무리 시민단체 전성시대라고 해도 시민단체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또 뜻이 좋다고 해서 무슨 일이든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노사관계에는 경제적 이해가 첨예하게 걸린 당사자가 있다. 당사자 간의 합의가 최우선이란 얘기다. 정부든 시민단체든 제3자가 끼어들면 노사문제는 더욱 꼬인다.</TD></TR></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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