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국자본 견제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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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중국 금융계에서 외국 금융사에 대한 견제가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 금융사의 지분이 외국자본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대한 반발인 셈이다.

겉으로는 중국 금융계의 자발적인 행동으로 보이지만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외국자본에 대한 경계성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정부 차원의 견제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위스의 UBS가 베이징증권 주식 20%를 인수하려 했으나 실무작업이 몇 개월 후로 연기됐다고 16일 보도했다.

또 시티그룹 컨소시엄도 광둥개발은행의 지분 85%를 매입하려는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시티그룹 컨소시엄의 경우 지분 인수 작업 자체가 실패할 수도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UBS와 시티그룹 컨소시엄의 중국 금융사 지분 인수 협상은 이미 지난해 매듭지어진 것이어서 최근 차질이 빚어진 것은 예상 밖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여기엔 중국 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리더수이(李德水) 국가통계국장은 최근 "외국 자본유치가 양적으로는 국내 총생산(GDP)을 증가시켰지만 경제성장의 혜택이 국민에게 분배되지 않으면 오히려 경제안정과 국가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외국 금융사를 의식해 "인수합병(M&A)을 통해 독점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기업을 경계하고 이를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 조치가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차이나 데일리는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의 진보성(金伯生) 주임의 말을 인용, "외국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제한하는 반독점법이 조만간 시행될 계획이며 외국자본을 감시하는 기구도 출범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 부문 외에 유통.제조업에서도 외국 자본에 팔려나가는 중국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셀링 차이나'에 대한 우려의 배경이 되고 있다.

회계법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에서 성사된 M&A는 모두 466억달러 규모로 전년에 비해 34%나 늘었다. 내수시장에 경쟁력을 갖춘 중국 기업이 늘어나면서 외국 기업들이 중국 투자를 직접투자(FDI)에서 M&A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해 프랑스의 다농은 중국 음료업체인 와하하(娃哈哈)와 러바이스(樂百氏)를 인수해 생수시장에서 1위로 떠올랐다.

업계에선 외국기업들에 의한 M&A가 늘어나면서 일시적으로 외국자본에 대한 반발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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