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종합병원 세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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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연구소 금속보존실 황진주 팀장이 경북 안동시 조탑동에서 나온 말띠꾸미개(5~6세기)를 X선으로 검사하고 있다. [대전=박정호 기자]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주차장 옆에는 배밭이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배맛을 볼 수 없다. 올 10월 그 자리에 문화재 종합병원 신축 공사가 시작되는 까닭이다.

문화재에도 종합병원? 그렇다. 지금까지의 문화재 보존 기관이 중소병원 수준이었다면 2008년 문을 열 문화재 종합병원은 대학병원 규모다. 문화재 '명의(名醫)'가 집결하고, 첨단 '의료기기'도 완비된다. 1975년 문화재연구소와 국립중앙박물관에 각각 보존과학(연구)실이 설립된 이후 문화재 복원 분야에서 가장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꼭 종합병원이 필요한 걸까? 사정을 알아보면 수긍이 간다.

첫째, 문화재 보존처리 능력의 한계. '다이내믹 코리아'를 반영하듯 현재 전국에선 한해 평균 1000여 건의 문화재 발굴이 이뤄지고, 해마다 3만여 점의 유물이 나오지만 이를 관리할 인프라는 빈약한 편이다. 총 400만 점에 이르는 보유 문화재 가운데 보존 처리를 받는 건 연평균 1만2000점(0.3%)에 불과하다.

둘째, 전문인력 부족. 전국에 있는 보존처리 기관은 35곳. 연구원은 200여 명 정도다. 게다가 그중 절반은 계약직.별정직이다. 사람이 부족한 것은 물론 처우도 좋지 않은 형편이다. 또 처리 유물의 69%가 금속 분야에 몰려 재질별 '편식현상'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셋째, 현재 문화재 복원은 국.공립 박물관에 집중됐다. 개인.사립박물관은 훼손된 문화재가 있어도 손을 쓴 방도가 많지 않다. 삼성미술관 리움 등 일부 사립박물관에 전문인력이 배치돼 있으나 소장품을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과제가 많다. 전문인력 확보도 그렇고, 체계적 조직을 갖추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문화재 종합병원은 문화재 관련 노하우를 총합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는 문화재연구소 김봉건 소장의 말은 문화재 정책의 오늘을 보여준다. 문화재 병원에는 공사비 214억원, 기자재 구입비 200억원이 들어갈 예정. 연평균 5000여 점의 문화재를 보존처리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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