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초년생의 "티켓 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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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7일 오전11시5분쯤, 부산 동래 모 지구당 창당 대회가 열린 신도극장 앞.
대회가 막 시작되고 임시의장이 선출됐음을 알리는 사회자의 목소리와 함께 『땅 땅 땅』 이를 선포하는 둔탁한 망치소리가 옥외 스피커를 통해 울려 나왔다.
이를 신호 삼기라도 한 듯 40대 남자가 극장 안에서 빠져 나와 극장 바로 옆 골목으로 들어섰다. 부슬비를 맞으며 기다리던 부녀자 3백여명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40대 남자의 손에 한 움큼 쥐어졌던 「티켓」이 나뉘어진다. 『나도 주시오 나도』『나는 와 안주요』
아우성치며 내뻗는 손 손 손의 물결. 너비 3m의 좁은 골목길은 아수라장을 이루었다. 지팡이를 짚은 칠순 할머니는 힘에 겨워 길바닥에 주저앉는다. 부인들의 등에 업힌 아이들이 일제히 울음을 터뜨린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티켓을 갖고 당사로 나와주십시오.』티켓을 나눠주는 남자는 진땀을 흘리면서도 연신 허리를 굽신거린다.
「교환권」-. 당사로 나와 당원가입증서에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으면 선물을 주는 조건부 교환권이 분배되는 현장.
한꺼번에 두 세 장씩을 나꿔 챈 부인, 한강씩 받아 챙긴 부부가 티켓을 호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골목길을 빠져나간다. 요구르트 아줌마도 한 장을 받고서야 손수레를 끌고 돌아선다.
같은 시간, 극장에서 빠져 나오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고급 빵과 수건을 손에 들었다.『내일은 ××당이 K극장에서 티켓을 준다 안 카나.』 서로 정보 (?)를 교환하는 속삭임이 군중들 틈에서 새나온다.
법학 박사·교수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어느 정치 초년생이 연출한 꼴불견의 정치 입문 현장이었다. <부산=조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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