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베리아'가 된 서울…2년 만에 한파 경보 발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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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2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전국 곳곳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2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김경록 기자

24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7도로 예상되는 등 혹한이 이어지면서 중부 내륙 지방을 중심으로 한파경보가 23일 발령됐다. 서울에 한파 경보가 내려진 것은 지난 2016년 1월 23일 이후 꼭 2년 만이다.

24일에는 서울이 모스크바보다 추워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한파경보 발령 #이번 주말까지 강추위 이어질 전망

기상청은 이날 “오후 9시를 기준으로 서울과 인천, 경기 남부 지역 등 중부 지방에 한파 경보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경기 북부와 강원 일부 지역에도 22일 밤과 23일 자정부터 한파 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한파 경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이하로 2일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때 발령된다. 기상청은 또 호남과 영남, 광주, 부산 등 남부 지역에도 한파주의보를 발령했다.

기상청 윤익상 예보분석관은 “한반도 북쪽 5㎞ 상공에 기압골이 동반된 영하 40도의 찬 공기가 강한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되면서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3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3.5도까지 떨어졌고, 초속 4.5m의 바람까지 불어 오전 7시 전후에는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밑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대관령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6.7도, 철원 영하 15.8도, 동두천 영하 15.5도 등을 기록했다.

전국 곳곳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2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한 외국인 관광객이 걷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전국 곳곳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2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한 외국인 관광객이 걷고 있다. 김경록 기자

24일에는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떨어지고 낮 최고기온도 영하 10도에 머무는 등 더 강력한 한파가 찾아올 것으로 예보됐다. 24일 서울의 기온은 러시아 모스크바(최저 영하 12도, 최고 영하 7도)나 중국 베이징(최저 영하 12도, 최고 영하 4도)보다 낮을 전망이다. 서울이 시베리아가 됐다는 '서베리아'란 말이 나올 정도다.

기상청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찬 공기를 가진 기압계가 동쪽으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하면서 당분간 강한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25일에도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6도에 머물 전망이다. 기상청 기후예측과 이현수 박사는 "우랄산맥에 큰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있고, 동쪽 캄차카 반도 부근에도 큰 고기압이 발달하고 있다"며 "두 고기압 사이로 북극 한기가 시베리아를 거쳐 남쪽 한반도 쪽으로 쳐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온이 크게 떨어진 23일 서울 중림시장 생선좌판 상인들이 불을 쬐고 있다. 최정동 기자

기온이 크게 떨어진 23일 서울 중림시장 생선좌판 상인들이 불을 쬐고 있다. 최정동 기자

여기에다 북극진동(AO, Arctic Oscillation) 지수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북극진동지수가 음수(-)로 바뀐 상태인데, 북극과 중위도 지방의 기압 차이가 줄면서 북극을 감싸고 도는 제트 기류가 약해졌고, 그에 따라 북극 한기가 남쪽으로 밀려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북극 진동 지수가 음수로 바뀌면 지난달 미국 등에 혹한이 닥친 것처럼 한파가 심하고 오래가는데, 2월 초순까지도 추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한파는 이번 주말까지 이어지다가 다음 주부터 조금씩 누그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윤 예보분석관은 “주말까지는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가 이어지는 만큼 건강관리와 시설물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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