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놓은 채, 기차도 보낸 채 TV·모니터 앞에 몰려 "와~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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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4일 한국 야구 대표팀이 미국을 꺾는 장면을 지켜본 시민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표현했다. 거리나 역.터미널.식당 등지에선 발걸음을 멈추고 중계를 보기 위해 TV 앞으로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 "약속도 미루고"=서울역 1층 대합실. 이곳에 설치된 3대의 대형 TV 앞에는 100여 명씩의 시민이 모였다. 벤치에 앉지 못한 시민들은 아예 바닥에 주저앉거나 짐보따리를 든 채 TV 화면을 지켜봤다. 근처 약속이 있었다는 이자현(22.여)씨는 "노점의 TV에서 한국팀이 이기고 있는 것을 보고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고 일부러 서울역까지 왔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정여용(65)씨는 "경기를 보느라 부산 가는 열차를 보내버렸다. 그래도 너무 뿌듯하고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이러다 우리가 우승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중계를 보던 시민들은 경기가 끝나는 순간 "와~"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를 쳤다.

◆ 근무 중에도 시청=경기가 한낮에 열렸기 때문에 TV 중계를 볼 수 없는 직장인들은 인터넷 포털의 문자 중계 서비스를 이용했다. 인터넷 중계를 본 서울 중구 C사의 김모(32) 대리는 "경기가 끝나자 조용히 주먹을 꽉 쥐면서 승리를 자축한 뒤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 동료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고려대 학생회관 내 학생식당엔 200여 명의 학생이 대형 TV 앞에 모여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을 펼쳤다. 네이버에는 경기 결과를 확인하려는 네티즌이 한꺼번에 몰려 한때 접속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인터넷에선 승리에 대한 글이 넘쳐났다.

이철재.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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