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치원의토론이야기] 친구들 다툼에 '조정자'로 나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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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을 통한 차이와 갈등의 해결 방법은 크게 여섯 가지다. ①대화 (dialogue) ②협상 (negociation) ③알선 (conciliation) ④조정 (調停.mediation) ⑤중재 (仲裁.arbitration) ⑥재판 (jurisdiction) 등이 그것이다. 노사쟁의에서는 ③, ④, ⑤ 등을 묶어서 조정 (調整)이라 한다. ①에서 ⑥까지의 순서는 첫째 갈등의 정도가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둘째 절차가 자유로운 비공식적 소통에서 절차상 공식적 소통으로, 셋째 토의의 비공개적 소통에서 논쟁의 공개적 소통으로 나아가는 단계다.

결혼에 비유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결혼은 연애, 중매, 가문 결혼 등이 있다. 연애결혼은 남녀가 직접 만나는 것이다. 중매결혼과 가문결혼에는 제3자인 중매인이 있어야 한다. 다만, 결정권은 중매결혼의 경우 남녀 당사자들에게, 가문결혼의 경우 제3자인 양가의 부모들에게 있다.

①과 ②는 연애결혼과 비슷하다.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②는 ①에 비해 보다 공식적이다. ③과 ④가 중매결혼과 비슷한 것은 제3자인 조정자에게 결정권이 없기 때문이다. 조정자는 알선자에 비해 보다 중립적이다. ⑤와 ⑥은 가문결혼과 비슷하다. 제3자가 갈등 해결의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⑤에 불복할 경우 소송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⑥은 보다 공식적이다.

영화 '협상가' (The Negociator)는 협상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예다. 의사소통과 논리전개의 긴박감이 있어 아주 재미있다. 경찰 내부의 조직적 공금횡령을 둘러싸고 동료경찰이 살해되고, 졸지에 살인누명을 쓰게 된 주인공 (사무엘 잭슨)은 원래 인질협상가인 경찰이었지만, 진실을 밝히고자 동료들을 인질로 잡고 다른 지역의 경찰 협상가 (케빈 스페이시)를 대화 파트너로 요청한다. 협상가는 경찰의 지속적인 총격과 침투 시도를 보고서 사건해결 보다는 주인공 살해에 혈안이 된 비리연루 경찰들의 제스처를 간파한다. 결국 두 사람은 같은 편이 되어 음모를 밝혀낸다.

사회적으로 말하면 좌파를 잘 아는 우파이자 우파를 잘 아는 좌파, 그런 사람이 참다운 조정자다. 토론을 잘하고 싶거든 소개자.협상가.조정자가 되고자 노력하라.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려라.

강치원 원탁토론아카데미 원장 강원대 교수(wontak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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