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만 IT "삼성·LG 잡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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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9일 세빗(CeBIT. 정보통신 전시회)이 열리고 있는 독일 하노버 국제전시장. 대만업체 벤큐모바일이 전시장 26번 홀에 삼성.LG.노키아 등과 나란히 부스를 차리고 있었다. 지난해 독일 지멘스의 휴대전화 부문을 인수한 벤큐는 올해 처음 세빗에 참가했다.

이 전시장 도우미는 휴대전화기'EF91'을 들고 "삼성.LG에 이어 개발에 성공한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폰"이라고 설명했다. 11일 프랑스 파리 전자매장에 갔더니 소니에릭슨의 '워크맨폰'이 눈에 들어왔다. MP3플레이어와 휴대전화를 결합한 제품이다. 샹젤리제 거리의 휴대전화 점포 직원은 "한국업체들이 주도하는 뮤직폰 시장을 겨냥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세계 디지털 전자시장에서 힘을 내고 있는 삼성과 LG에 맞서기 위해 아시아 전자업체들이 운동화끈을 다시 매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은 세빗 전시관 앞에 103인치 PDP TV를 선보였다. 삼성과 LG전자의 102인치 PDP보다 1인치 큰 제품이다. 벤큐모바일은 올 세빗 기간'슬림폰'을 앞세워 독일디자인협회가 선정하는 'IF 디자인상' 9개를 휩쓸었다. 슬림폰 유행을 주도한 삼성과 LG는 휴대전화로 각각 2~3개의 상을 받는데 그쳤다. 소니는 유럽시장에 내놓는 LCD TV의 가격까지 낮췄다. 삼성전자 김양규 프랑스법인장은 "소니가 지난해 말부터 일부 LCD TV를 우리 제품보다 싸게 판다"고 말했다. 김 법인장은 올 초부터 도시바.히타치 등도 대대적인 할인 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조사기관 디스플레이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소니가 지난해 4분기 세계 LCD TV 시장의 14.6%를 차지해 삼성(11.6%) 등을 앞지르고 1위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LG전자 김진 디자인연구소 상무는 "아시아 업체들이 우리 휴대폰 디자인을 금새 베끼고 있어 이번 세빗에는 신제품 전시를 줄였다"고 말했다.

하노버.파리=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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