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 고로쇠 수액 비밀은 '일교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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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뼈에 이롭다는 의미로 골리수(骨利樹)라고 불리기도 했던 고로쇠나무. 경칩을 전후해 한 달 동안 고로쇠나무 물을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축제가 열리기도 합니다. 고로쇠나무 한 그루는 봄철 한 달 동안 20ℓ 이상의 수액을 내놓습니다. 18ℓ 한 말에 보통 5만원 안팎이기 때문에 농가 소득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고로쇠 수액은 왜 경칩을 전후해 많이 나오는 걸까요.

그 비밀은 바로 낮과 밤의 온도 차입니다. 보통 수액은 밤기온이 영하 3~4도, 낮기온은 영상 10도로 일교차가 15도 정도일 때 가장 많이 나옵니다. 일교차가 커질 때 나무 속에 공간이 생겨 뿌리로부터 물이 많이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 잎 없는 나무는 광합성 대신 동물과 마찬가지로 호흡을 해 이산화탄소를 내놓습니다. 밤에 기온이 내려가면 나무 속에 있던 이산화탄소는 물이 이동하는 통로인 나무의 물관에 녹아듭니다. 물관이 진공 상태가 되는 겁니다. 이 빈 곳을 채우려고 뿌리로부터 물이 빨려 올라옵니다.

반대로 낮에 기온이 올라가면 기체가 팽창, 그 압력 때문에 물관에 있던 수액이 나무의 상처를 통해 밖으로 흘러나옵니다.

지리산 같은 깊은 계곡이 아니라 도심 정원에 심어놓은 나무에서도 고로쇠 물을 마실 수는 있습니다. 다만 온도 조건이 잘 안 맞아 양이 적을 뿐입니다.

서울대 이경준 교수는 "수액을 채취해도 나무의 생장은 2% 정도 줄어들 뿐"이라며 "미국.캐나다에서는 설탕단풍나무의 수액을 대규모로 채취, 달콤한 메이플 시럽을 만들고 있다"고 말합니다. 고로쇠 물에는 당분이 평균 1.2% 들어 있어 방치하면 색이 변합니다. 냉장 보관해 마셔야 합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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