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황 교수 지지 시위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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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대에선 정 총장이 의경들의 호위를 받아가며 대학 본부건물을 출입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본부건물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황우석 교수 지지자들의 시위 때문이다. 10~20명가량의 시위대는 30~40대 여성들이 주축이다. 이들은 주말을 제외하곤 매일 오전 대학 본부 앞에 몰려와 '특허수호''연구재개' 등의 구호를 외치며 피켓시위를 벌인다. '서울대 조사위 즉각 구속하라'라고 적힌 플래카드도 본부 앞 국기게양대에 걸어놨다.

엄밀히 따지면 미신고 불법집회지만 이 정도라면 대학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시위대가 노정혜 연구처장에게 달려들어 욕설과 함께 머리채를 잡고 폭력을 휘두르면서 문제가 달라졌다. 물리적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6일엔 시위대가 외출하는 정 총장의 관용차에 다가가 차 앞에 드러눕기도 했다. 이쯤 되니 정 총장도 경찰에 경호를 요청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시위대는 "정운찬아 빨리 나와"하고 외쳐대는가 하면 정 총장과 노 처장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영정사진 형태로 만들어 분향까지 하고 있다. 며칠 전 황 교수 연구팀의 이병천 교수가 "황 교수를 돕는 게 아니다"라고 설득해도 시위를 중단할 기미가 없다.

경찰도 고민 중이다. 물리력을 동원해 집회를 해산시킬 경우 아직도 30여만 명에 달한다는 황 교수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을 우려하고 있다. 노 처장 폭행사건 수사도 서울대 측의 고발장을 접수한 지 보름이 넘었지만 "용의자가 출석요구에 응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작 폭행 용의자들은 매일 본부 앞에서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10일엔 황 교수 지지자 1000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가 서울대에서 열린다고 한다. 대학 총장이 경찰 호위까지 받는 현 상황은 우리에게 캠퍼스에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어느 선까지 허용할지 따져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성우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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