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모금운동으로 우면산 일부 사들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서울 서초구 우면산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노력이 결실을 보게 됐다. 재단법인 우면산내셔널트러스트(이사장 송정숙 전 보건사회부 장관)는 9일 "주민들이 2년여간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45억원 상당의 서초동 431의 5 등 980평을 토지 소유주인 GS칼텍스로부터 사들인다"고 밝혔다. 양측의 토지매매 계약은 13일 서초구청에서 이뤄진다.

주민들이 마련한 금액은 서초구청이 출연한 17억원을 포함해 모두 31억9000만원. 부족 금액 12억6000만원은 운동의 취지에 공감한 GS칼텍스가 후원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주민들의 등산 및 휴식처로 사랑받는 남부순환로변 우면산 자락을 주민과 기업이 뜻을 모아 훼손 위기로부터 지켜낸 것이다.

송 이사장은 "매입한 토지 중 647평에 야생화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이 땅을 포함한 인근 8756평도 사들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우면산트러스트는 2003년 6월 시작됐다. GS칼텍스는 예술의전당과 서초IC 사이의 소유지 980평에 정유저장소를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자 우면산 일대가 훼손될 것을 염려한 주민들은 서초구청과 함께 모금운동에 나섰다. 동참한 주민들은 1만8000여 명. 김기수 전 검찰총장, 코리아나화장품 유상옥 회장, 법무법인 한백 여상규 대표, 고승덕 변호사, 성악가 임웅균, 가수 김창완, 성우 고은정씨 등이 참여했다.

2003년 12월에는 홍보대사로 위촉된 테너가수 임형주씨가 기념공연으로 모금한 425만원을 내놨고, 2004년 초에는 이창호 9단과 프로기사 10여 명이 특별 다면기 수익금 2537만원을 적립하기도 했다. 1만~2만원씩을 내놓은 초등학생 고사리손들도 있었다.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은 시민들이 자발적 모금이나 기부.증여를 통해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 위기에 처한 자연.문화자산을 사들여 보존하는 시민환경운동이다.

신준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