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부족ㆍ인구감소 탓... 日 은행, 평일에도 문 닫는다

중앙일보

입력

일본 금융청이 평일에도 은행 점포 휴업이 가능하도록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NHK가 3일 보도했다. 저금리와 일손부족, 고객감소 등으로 은행들의 수익이 악화하고 있는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월ㆍ수ㆍ금, 화ㆍ목 영업 인건비 절감 #장기간 저금리ㆍ고객감소로 수익악화 #은행들, 점포 통폐합 고강도 구조조정 #NHK "금융청, 은행 공동 점포도 검토"

현행 법령 하에서는 은행이 문을 닫을 수 있는 날은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 및 연말연시 연휴 뿐이다. 금융청은 향후 규제를 완화해 점포마다 영업일을 달리해 평일 중 일부만 문을 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점포에 따라 월, 수, 금 또는 화, 목 등으로 나눠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은행은 직원을 양쪽 점포에 근무시킬 수 있어 인건비 절약에도 도움이 된다. NHK는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지방은행 등이 점포망을 유지하기 쉽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은행들은 지난해 수익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최근 아사히신문 등 보도에 따르면 일본 5대 은행(미쓰비시UFJ,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리소나, 미쓰이스미토모트러스트)의 2017년 상반기(4월~9월) 영업이익은 1조 1146억엔(약10조 5841억원)으로 전년대비 28%가 줄었다. 상반기 기준 3년 연속 감소한 것이다.

일본 미즈호은행(왼쪽)과 미쓰이스미토모 은행. [연합뉴스]

일본 미즈호은행(왼쪽)과 미쓰이스미토모 은행. [연합뉴스]

가장 큰 원인은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로 인한 수익구조 악화다. 해외 대출도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어 수익 개선의 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인구감소, 인터넷 뱅킹 이용 등으로 점포를 직접 찾는 고객의 수도 줄어들고 있어 은행들마다 점포를 유지하는 게 큰 부담이다. 기업결제에 이용되는 ‘당좌예금’을 다루지 않는 경우는 지금도 평일에 휴업을 할 수 있으나, 대부분 점포는 당좌예금을 다루기 때문에 “대부분은 평일에 휴업을 할 수 없다”(지역관계자)는 게 현실이다.

관련기사

실제 은행들은 인력과 점포수를 대폭 줄이는 구조조정 계획까지 발표한 상태다. 대표적으로 미즈호 금융그룹은 현재 그룹 전체 종업원 7만9000여명을 2027년 3월까지 6만명 선으로 줄일 계획이다. 점포수도 전국 500여개에서 8년뒤 400개로 줄일 방침이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점포 500개 가운데 20%를 줄이고, 점포 형태를 재편해 핵심점포와 경량화점포, 무인점포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쓰비시UFJ 은행 [사진=연합뉴스]

미쓰비시UFJ 은행 [사진=연합뉴스]

NHK는 또 경영효율화를 위해 금융기관들이 공동으로 점포를 만드는데 대해서도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제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같은 규제완화가) 현실화 된다면 지방은행 등의 점포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평일 휴업을 허용하게 되면 창구 이용고객에 대한 서비스 저하는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 금융청은 평일 휴업을 허용하는 대상은 고객수가 적은 점포로 한정하거나 조건을 까다롭게 해 고객의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배려할 방침이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