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 '엔화 돈줄 끊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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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일본은행이 이르면 이달 말 '제로 금리' 정책 포기를 시사하면서 한국 등 아시아 증시가 예상치 못 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그간 싼 이자로 엔화를 빌려 해외 증시 및 상품시장 등에 투자해온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조달 비용 부담 등을 우려해 많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8일 일본은행의 금융정책협의회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일본 금리 인상의 국내 증시 영향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발(發) 유동성 축소 우려=지난주 말 불거진 엔화 차입 자금 철수설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시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3일 코스피 지수는 38.75포인트가 급락, 올 들어 두 번째로 많이 빠졌다. 특히 외국인들은 이날 현.선물 시장에서 동시에 대규모 팔자에 나서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같은 날 일본과 대만.홍콩 등 역내 주요국 증시도 1% 이상 하락하는 등 동반 약세였다. 대우증권 이효근 연구위원은 "낮은 금리의 엔화로 자금을 조달해온 엔 캐리트레이드 자금의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신흥 증시가 일제히 동요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그간 헤지펀드 등 해외 주요 투자 자본들이 싼값에 돈을 조달하는 '대출 금고' 역할을 해왔다.

대우증권 고유선 연구위원은 "정확한 규모는 알수 없지만 엔화 표시 해외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880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며 "레버리지 효과 등을 감안하면 최소 1조 달러가 엔화 자금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수도=일본 금리 인상 소식에 따른 최근 국내 증시 위축은 다소 지나치다는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마치 2004년 4월 중국 정부의 긴축 재정 추진설에 지수가 폭락한 '차이나 쇼크' 처럼 막연한 우려가 시장의 불안감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일본 금리 인상은 1% 안팎에 그칠 것"이라며 "4% 중반대인 미국이나 2% 중반대인 유럽연합(EU)와의 금리 차이가 여전해 세계의 자금 흐름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2004년 5월 1% 선이던 미국 금리가 최근 4.5%까지 상승하면서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이탈 우려가 여러차례 제기됐지만 현실은 달랐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위원도 "국내 증시로 유입된 엔화 기반 자금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며 "일본발 자금 회수가 일부 일어나더라도 '오일 달러'등 세계 자금 공급이 다양화해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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