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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정원 정해진 것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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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법률가 양성 제도의 변화는 교육 및 고시제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관련 단체에서 여러 의견을 내놓고 충돌하는 양상을 빚고 있다. 로스쿨 정원을 1200명 수준으로 제한해 법학교육 및 법률가 양성 제도를 개악(改惡)했다는 비판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국회에 제출된 로스쿨 법률안에는 로스쿨 총 정원의 결정기준.절차만 규정했을 뿐 구체적인 정원에 관한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법률서비스의 원활한 제공과 법조인의 수급상황 등을 고려해 법무부 장관.대한변호사협회장 등과 협의해 총 입학정원을 정하도록 규정했을 뿐이다. 지나치게 적은 정원은 법률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지나치게 많은 정원은 함량 미달의 변호사를 양산해 피해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양자를 적절히 고려해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한 제도적 장치다.

일부에선 총 정원을 정하는 절차를 둘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 로스쿨 수료자는 대부분 변호사 자격을 받아 국민의 생명.재산과 직접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대학이 변호사 양성 실무교육을 실시한 경험이나 노하우가 없는 현실에서 대부분 법학부가 로스쿨로 전환될 경우 과연 경쟁력 있는 법조인을 양성할 수 있는지 숙고해 봐야 한다. 그동안은 사법시험 합격자를 모아 2년간 대법원 산하의 사법연수원에서 실무교육을 시켰다. 합격자들은 이를 통해 실무 능력을 갖춘 법조인으로 양성된다. 로스쿨 도입은 이 역할 중 상당 부분을 로스쿨에 넘겨주는 것이다. 의대.약대의 경우도 의사.약사의 질적 확보를 위해 정원을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수한 의료인 양성이 불가능해졌다는 비판은 찾아보기 어렵다.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은 해방 이후 반세기 넘게 지속돼 온 법조인 양성 제도의 근본적인 전환이다. 첫걸음을 내딛는 단계에서 각 직역의 입장을 강하게 내세우기보다는 조화와 균형을 통해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에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제도에 대한 단편적인 비판보다는 전체적인 시각에서 제도가 정착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할 때다.

곽창신 교육인적자원부 대학혁신추진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