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낸드플래시 삼성' 추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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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일본의 도시바(東芝)가 플래시메모리(NAND형) 시장에서 세계 1위인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생산능력을 크게 늘린다.

도시바는 5000억엔을 들여 미에(三重)현 요카이치(四日市)시에 플래시메모리 공장을 새로 짓는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6일 보도했다. 연내 착공해 내년부터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도시바의 플래시메모리 생산능력은 현재 요카이치의 3개 공장에서 월 8만장 규모다. 그러나 새 공장이 완공돼 풀가동되는 2008년에는 지금의 3배를 넘는 월 25만장 규모가 된다. 새 공장에서 생산할 NAND형 플래시메모리는 디지털카메라나 휴대용 음악플레이어 등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도시바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신공장 건설에 나서기로 한 것은 영업이익의 절반 가량을 NAND형 플래시메모리 분야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그룹 전체의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선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1990년대 초 투자판단을 잘못해 DRAM사업에서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에 추월당해 결국 DRAM사업을 포기해야 했던 뼈아픈 기억도 있다. 이에 따라 핵심 전략사업인 NAND형 플래시메모리에서는 다소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대형 투자를 통해 한국 기업을 따돌리고 말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는 것이다.

한편 플래시메모리의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해 108억달러로 전년보다 64%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삼성전자가 52.9%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도시바(21.9%)와 하이닉스(12.7%)가 뒤를 잇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인텔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새로 뛰어들어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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