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희 동정' 여야 의원들 뭇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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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성추행 사건으로 한나라당을 탈당한 최연희 국회의원의 동해시 삼척사무소 건물 간판이 흰 천으로 가려져 있다. [뉴시스]

"아름다운 꽃을 보면 누구나 그 향기에 취하고 싶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고 싶은 것이 자연의 순리이자 세상의 섭리다."

최연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여기자 성추행 파문에 대해 열린우리당 한광원 의원이 쓴 글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한 의원은 2일 열린우리당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최 의원의 성추행 사건은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당사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매도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 의원의 행동은 적절치 못했고 용서받기 힘들다"면서도 "명백한 성폭력의 범주를 제외하고 사소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는 인간의 에로스적 사랑의 욕구, 즉 아름다운 이성을 봤을 때 자연스레 시선이 가는 기본적 본능을 무력하게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노출하고 그것을 즐기는 여성에 대해 남성들의 그 어떤 반응조차 용납할 수 없다면 이는 '가치관의 독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의원의 글이 공개되자 인터넷상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어느 시대에 성추행이 '꽃을 보면 향기에 취하고 싶은' 말로 용납됐었나. 동정심 발휘해 보자는 소영웅주의인가. 한심하다"고 말했다. 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도 비난과 함께 한 의원을 출당시키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한 의원은 논란이 계속되자 당과 자신이 홈페이지에 실린 글을 삭제했다.

한편 이날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성추행 사건에 대한 한나라당의 은폐 기도의 진실을 밝히라"며 옆에 있던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을 향해 성추행 상황을 말과 손동작으로 묘사해 야당의 비판을 불렀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정 의원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기자들이 있는 상태에서 상황을 재연하는 '제2의 성추행'을 했다.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술도 약한 분(최 의원)이 이순(60세)을 넘긴 나이에 주량을 넘게 과음해 급성 알코올 중독 증세로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했다고 유추된다"고 썼다가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았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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