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1~4호선은 달렸다 …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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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과 실질적 논의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서 파업 방침을 철회했다."(서울메트로 노조)

파업을 선택한 철도공사와 달리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옛 지하철공사)는 1일 오전 2시15분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해 파업을 피했다. 노조가 예고한 파업 돌입시점(오전 4시)을 불과 1시간여 앞두고서였다. 7.3%(노조), 2%(경영진)로 입장차가 컸던 임금인상폭도 회사 측의 안대로 2%로 하기로 했다. 서울메트로가 파업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지킬 건 지키되, 줄 건 준다'는 회사 측의 협상 원칙과 꾸준한 대화를 통한 양측의 신뢰 구축 등이 힘을 발휘한 결과다. 사측은 협상 과정에서 지난해 정부의 공공기관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인 2%를 넘겨 임금을 올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임금을 많이 올려줘 행정자치부가 실시하는 경영평가에서 나쁜 점수를 받으면 이익이 났을 경우 성과급을 주고 싶어도 못 주지 않느냐"는 설득이 뒤따랐다.

노조활동 관련 해고자 17명의 복직 문제에 대해서도 엄격했다. 해고자들이 복직하면 또 다른 파업을 부를 것이고, 다시 해고사태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대신 사측은 정원에서 모자라는 272명을 5월 말까지 충원하기로 했고, 업무상 단순 과실로 인한 해고자를 신규채용 때 우선 복직시키는 데 합의했다.

강경호 사장은 "인원감축은 절대 없다. 대신 근무형태를 바꿔 불필요한 경비를 줄여야 한다"며 노조를 이해시켰다. 회사 측 협상 간사로 나섰던 차문기 인력관리처장은 "2005년 임단협이 시작된 지난해 4월 18일 이래 협상 타결까지 노사 양측이 모두 37차례의 교섭을 했을 정도로 충분히 대화했다"고 말했다. 8~9일에 한 번꼴로 교섭이 열린 셈이다. 그중 사장이 참가한 교섭이 20회였다.

김상우.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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