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하얀 코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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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벌써 입동이 지났습니다. 이번 겨울은 우리 국민들에게 조금은 특별한 겨울이 될 거에요. 바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니까요. 동계 올림픽은 경제적으로도 거대한 행사입니다. 순수 개최비용만 2조8000억원 정도라고 하니까요.

대형 행사 후 애물단지 된 시설물 #평창올림픽 시설 방치될까 우려 #IOC “하얀 코끼리 대책 세워라”

올림픽을 잘 치르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게 또 있습니다. 올림픽 이후 남겨진 시설물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입니다. 큰 예산을 들인 만큼, 한번 쓰고 방치해선 안되겠죠. 이런 우려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경제용어가 바로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입니다. 하얀 코끼리란 ‘대형 행사를 치르기 위해 지었지만 행사 이후에는 유지비만 많이 들고 쓸모가 없어 애물단지가 돼버린 시설물’을 뜻합니다. 고대 태국 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하얀 코끼리를 선물한 데서 유래했다고 해요. 왕이 선물한 신령한 하얀 코끼리를 받은 신하는 코끼리에게 일을 시킬 수도, 그렇다고 죽게 둘 수도 없었습니다. 하는 일은 없는데 사료비만 많이 든 거죠. 결국 신하는 파산하게 됐다고 합니다.

평창올림픽 시설물들이 바로 그런 신세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큽니다. 지난 9월, 구닐라 린드버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정위원장이 일침을 날렸습니다. 일부 시설에 대해 올림픽 이후 활용 계획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며 “IOC는 ‘하얀 코끼리’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겁니다. ‘올림픽 유산’에 민감한 IOC가 수차례 경기장 활용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지만 아직 제대로 답을 못했습니다.

화려한 시설물이 무용지물이 된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가까이는 2014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인천시가 있는데요. 16개 경기장을 새로 짓느라 1조5000억원이 넘는 돈을 썼습니다. 2029년까지 갚아야 할 정도로 빚도 많이 생겼죠. 그러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대회가 끝난 뒤 해당 시설들의 누적 운영적자 규모가 334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죠.

평창올림픽이라는 추억을 남긴 경기장들은 어떻게 될까요. 각종 대회가 열리고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가 될까요, 아니면 하얀 코끼리 신세가 될까요.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질 일입니다.

윤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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