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고3생 34명이 포항에 2주 동안 머무르게 된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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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 사는 수험생들이 14일 경북 포항의 해병대 청룡회관에서 공부하고 있다. [사진 울릉고]

울릉도에 사는 수험생들이 14일 경북 포항의 해병대 청룡회관에서 공부하고 있다. [사진 울릉고]

경북 울릉군 울릉도에 사는 34명의 고3 수험생들은 지난 10일 배를 타고 포항으로 왔다. 울릉도에는 시험장이 없어 울릉도 수험생들은 매년 포항에서 수능 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기상 여건이 좋지 않으면 일주일 넘게 발이 묶이는 경우도 있어 보통 수능 일주일 전쯤에 배를 타고 포항으로 와서 특별한 ‘막바지 수능 대비’를 한다.

수능 연기 소식을 전날 접한 학생들은 16일 오전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공부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경북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포항에 있는 해병대 청룡회관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공부는 회관의 다목적 홀을 빌려서 한다. 갑작스러운 지진과 수능 연기에 여벌 옷이 부족해지는 등 불편한 점도 있지만 학생들은 수능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김종태 울릉고 교감은 “학생들에게 ‘울릉도에 다시 들어갔다가 오겠냐”고 물으니 ‘시간도 낭비고 기상 때문에 다시 나오는 배가 뜨지 못할 수도 있어 불안하다. 그냥 일주일 여기서 더 공부하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일주일 더 머물면서 추가로 드는 경비는 경북교육청에서 전액 지원해주기로 했고, 여기 청룡회관 관계자들도 여러 가지 배려를 해줘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15일 진행된 수능 예비소집에 갔다가 생전 처음으로 지진을 경험해 크게 놀랐다. 금이 가고 부서진 시험장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본 뒤 ‘수능이 연기된 것은 다행이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울릉도 수험생들의 ‘포항 수능 여행’은 연례행사다. 전국 교육청들은 지역 내 지역 본부들을 정해 놓고 당일까지 수능 시험지를 보관한다. 보안을 위한 조치다. 지역 본부들은 수능 당일 각 시험장으로 시험지를 보내는데, 배송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상 악화 등 변수가 많은 울릉도까지는 보내지는 못하고 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울릉도에 수능 시험지를 보관할 지역 본부를 설치할 여력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다. 앞으로 울릉도 수험생의 불편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학력고사 시절에도 시험 문제를 보관하는 본부가 마련되지 않아 울릉도 수험생들은 포항에 가서 시험을 치렀다. 1994년부터 시작된 수능 시험도 마찬가지다. 2010년부터는 경북교육청이 이들의 숙식 비용 등을 전액 지원해주고 있다. 하지만 “울릉도 수험생들이 낯선 환경에서 어수선하게 막바지 수능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정부가 다른 해결책을 만들어주길 바라는 학부모들도 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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