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L에 이어 세계 2위 'KHL'도 평창 불참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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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L에 이어 KHL 선수들이 평창 올림픽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AP=연합뉴스]

NHL에 이어 KHL 선수들이 평창 올림픽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AP=연합뉴스]

'겨울올림픽의 꽃' 남자 아이스하키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할 위기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이어 세계 2위 리그인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마저 불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드미트리 체르니셴코 KHL 회장은 5일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선수들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도핑 조사가 지속되면 KHL이 평창 올림픽에 불참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체크니셴코 회장은 "IOC가 기존의 스포츠계 질서를 해체(dismantle)하고 있다"며 "KHL도 NHL을 따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NHL은 올림픽 참가 때문에 약 3주간 리그를 중단하면서 입게 되는 금전적인 손해와 선수 부상 등을 이유로 지난 4월 평창 올림픽 불참을 공식 선언했다. IOC와의 갈등도 한 몫했다.

체크니셴코 회장이 'KHL의 올림픽 불참'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건 IOC가 러시아의 평창 올림픽 출전을 가로 막으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러시아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정부 주도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금지 약물을 복용시키고, 혈액 샘플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IOC 징계위원회는 러시아의 조직적인 도핑 조작을 폭로한 ‘매클래런 보고서’에 언급된 러시아 선수들에 대해 계속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2일에는 남자 크로스컨트리 50km 단체 출발에서 금메달을 딴 알렉산드르 렉코프 등 2명의 메달을 박탈하고 모든 기록을 삭제했다. 향후 올림픽 영구 출전 금지 조치까지 내렸다. 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나머지 26명에 대한 조사 결과도 이달 말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소치 올림픽 당시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체르니셴코 회장은 IOC가 러시아 선수들을 타깃으로 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연설에서 "미국이 내년 2월 개막하는 평창 겨울올림픽에 러시아 선수단이 참가하지 못하도록 IOC에 간접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HL은 규모나 경기 수준에 있어 NHL에 이어 세계 2위 리그로 평가다. NHL에 이어 KHL 선수들 마저 평창에 불참한다면 남자 아이스하키는 물론 올림픽 전체 흥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대표팀 대부분이 KHL 소속이고, NHL이 빠진 캐나다 남자 대표팀 엔트리 25명 중 15명이 KHL 소속이다. KHL마저 불참할 경우 캐나다와 미국은 그 빈자리를 주니어와 대학 선수들로 채울 가능성이 크다. 미국 NBC는 "NHL에 이어 KHL마저 불참하면 평창 올림픽은 주니어 세계선수권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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