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보류”…日 압박 통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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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위안부의 날인 14일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 조성된 평화의 소녀상 눈망울에 내린 빗물이 마치 눈물처럼 맺혀 있다. 김성태 기자

세계 위안부의 날인 14일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 조성된 평화의 소녀상 눈망울에 내린 빗물이 마치 눈물처럼 맺혀 있다. 김성태 기자

국제자문위원회(IAC)가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심사를 보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27일 NHK가 보도했다.

유네스코의 최대 후원국인 일본의 압박이 강하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피해자의 증언 기록과 위안부 운영사실을 증명하는 사료, 피해자 조사 자료, 피해자 치료 기록 2744건으로 한국중국 등 8개 국 시민단체가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한 상태다.

NHK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IAC는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비공개 회의에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에 대해 관계국 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NHK는 전문가의 심사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가 보류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앞서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 역시 IAC 의장이 사무총장에게 정치적 대립 등을 이유로 심사 연기를 요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유네스코 분담금 9.7%를 부담하고 있는 일본은 미국이 유네스코 탈퇴 후 최대 후원국이 됐다.

일본은 분담금을 무기로 심사제도 개혁안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도록 압박해 왔다.

결국 지난 18일 새로운 심사제도 개혁안이 통과돼 내년 봄 이후 신청대상부터 적용된다.

일각에선 이 개혁안이 내년 부터 적용되는 탓에 10월 예정된 위안부 기록물 등재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심사제도 개혁안에 따르면 세계기록유산 심사 시 신청 안건을 미리 공개하고 당사자국 간 사전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또 당사자국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결론이 날 때까지 심사를 보류한다는 내용이 있다.

IAC가 위안부 기록물 등재와 관련해 당사자국 간 대화를 요구한 이유다.

난징대학살 자료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며 일본은 이미지 관리를 위해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를 저지하기 위해 힘 써왔다.

일본 정부는 국제무대에서 서로를 비난하지 않기로 자제했다며 한국정부의 위안부 기록물 등재 노력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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