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앞두고 신중해진 케이로스 감독 "무패-무실점 이어가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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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축구대표팀 감독. [사진 일간스포츠]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축구대표팀 감독. [사진 일간스포츠]

"무실점 경기를 펼치고 있다. 축구만 생각하고 준비하겠다."

한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둔 이란 축구대표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포르투갈) 감독이 밝힌 출사표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을 치른다. 승점 13점(4승1무3패)으로 A조 2위에 올라있는 한국은 A조 1위 이란(승점 20)을 잡아야 최종전 우즈베키스탄(다음달 5일 밤 12시)과의 경기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은 각 조 1·2위 팀이 본선에 직행하고, 3위는 플레이오프(PO)를 통해 본선 진출을 노려야 한다. 이 경기는 JTBC가 생중계한다.

한국의 상대팀인 이란의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전 전날인 30일 경기도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 강당에서 열린 경기 미디어데이에서 한국을 존중하는 발언으로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케이로스 감독은 지난 26일 입국한 뒤, 잔디가 파여있는 한국 내 훈련 환경 등에 불쾌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케이로스 감독은 "미디어데이를 위해 온 기자들이 많이 온 것만 봐도 이 경기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걸 안다. 한국이 왜 월드컵에 많이 나갔고, 올림픽이나 아시안컵 등에서 좋은 성적을 냈는지 알 수 있다"면서 "한국과 경기하는 건 영광스럽다. 이란 축구가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중요하겠지만 우리는 축구만 생각하고 준비하겠다. 좋은 경기, 재미있는 경기로 이란 팬들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케이로스 감독과 일문일답.

경기 출사표는.

"이란이 한국에 와서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전을 치를 수 있게 돼 영광스럽다. 많은 취재진들이 환영해줘서 감사하다. 이 많은 취재진만 봐도 얼마나 경기가 중요한지 잘 안다. 미디어와 팬들의 관심이 많은 것에 대해 감사하다. 한국 축구가 왜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할 수 있는지, 올림픽, 아시안컵 등에서 좋은 성적을 낸 건 많은 팬들의 관심 덕이다. 한국이 이렇게 좋은 팀인 건 분명하다. 그래서 한국과 경기하는 건 항상 좋은 경험이 되고, 이란도 더 배울 수 있는 경기가 될 것이다. 이런 좋은 팀과 경기해야 이란이 발전할 수 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늘 좋은 성적을 내왔기 때문에 이런 경기를 하는 건 영광스럽다. 축구에서 더 발전하기 위해선 최선을 다하고 이겨야 한다. 팀을 이끌고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도 4경기에서 9골을 넣는 등 좋은 경기력을 유지한 바 있다. 이란도 무실점하고 있지만 내일도 그 결과가 유지하겠다. 한국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축구만 생각하고 준비하겠다. 이란은 월드컵 본선 출전을 확정했지만 매 경기 승리를 향해 경기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경기, 재미있는 경기 하겠다. 이란을 응원하기 위해 온 팬들을 위해서도 좋은 경기하겠다."

한국의 감독이 바뀌었는데, 어느 정도 파악했는가.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한국이 비밀리에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신태용 감독이 맡았던 다른 팀들을 보면서 최대한 정보를 수집 중이다. 이란이 할 수 있는 것은 우리 팀만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을 존중하지만, 그들의 장단점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2위를 두고 싸우고 있다. 어느 팀과 본선에 가고 싶은가?

"내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된다. 잘 못 말하면 친구 한 명을 잃을 수 있다. 두 팀 모두 존중하다. 이기는 팀이 올라가는 게 당연하다."

신태용 감독이 맡았던 어느 팀을 분석했고, 어떻게 생각했는가.

"신태용 감독이 색다른 경기력을 선보일 것 같다. 정신적으로 한 층 성숙했을 것 같다."

이란 팀을 맡은 뒤에 한국을 항상 1-0으로 이겨왔다. 특별한 전략이 있었나. 

"모든 경기를 10-0으로 이길 수 있다면 쉬울 것이다. 1-0 승리라도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4경기 동안 한국과 이란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장단점은 경기 후에 말하고 싶다. 모든 지도자들이 마찬가지겠지만, 당장 내일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다."

아시아에서 완벽에 가까운 수비 전술을 구축했다. 수비 전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은.

"특별한 것은 없다. 기본에 충실하라고 말해준다. 팀원 전체가 같은 목표를 갖고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희생할 줄 알고 팀을 위해서 모든 선수, 코치들이 하나로 뭉치는 게 내 축구 철학이다. 골을 넣으면 벤치에 있는 모두가 기뻐한다. 아직 실점을 하지 않았지만, 실점시에도 함께 슬퍼하는 것이 내 축구 철학이라 할 수 있다."

월드컵 예선 658일 동안 실점이 없는데, 한국을 상대로 이어갈 수 있는가.

"이란 팀이 그런 기록을 갖고 있음에 자랑스럽다. 하지만 과거일 뿐이다. 내일 경기가 중요하다. 한국은 홈 4경기에서 9골을 넣고 있는 좋은 공격력을 갖췄다. 반면 8골을 실점했다. 이 부분을 잘 준비하겠다. 기록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다. 한국은 내일 경기 이기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뛸 것이다. 우리도 기록을 이어가기 위해 그렇게 하겠다."

예상하지 못하는 라인업을 준비 중인가.

"내일 경기 후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쇼자에이 선수가 합류하지 않은 이유는 이스라엘과 문제 때문인가?

(이란대표팀 주장도 맡았던 쇼자에이는 이번 한국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이란과 적대국인 이스라엘과 경기를 펼친 쇼자에이에 대한 이란 정부의 징계 때문에 빠졌단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 질문에 대해선 이전에 충분히 답했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예선을 치르고 있고, 24명을 선발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케이로스가 과연 외부에 영향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나'라고 되묻고 싶다."

파주=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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